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5번가를 걷고 있는 블랙플라이데이 쇼핑객들. 뉴욕=AP뉴시스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소비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잡힐 수 있다는 희망으로 미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근원 PCE 물가 시장 예상 하회
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6.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5.0%로 9월(5.2%)에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외부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의 전월 기준 상승률은 0.2%로 시장 예상(0.3%)보다 낮았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PCE 물가를 대중적으로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중요하게 본다. 연준의 목표 물가인 ‘2%’는 PCE 물가를 가리킨다. 10월 PCE 상승률이 6.0%이므로 아직 연준의 목표치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노동부는 지난달 26일에 끝난 한 주 동안 주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1만6000개 감소한 22만5000개로 나났다. 추수감사절이 끼어 있어 실업이 줄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美 연착륙 시작 vs 아직 몰라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며 연착륙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희망도 나온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낮고 임금 상승률이 높아 견고한 연말 쇼핑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가 둔화세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투자와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감원이 시작되고 있고, 주택경기는 냉각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저축률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3%로 떨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브루킹스연구소 대담에서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아무도 고물가가 이렇게 지속될지 몰랐고, 연준이 기준 금리를 크게 올릴지 몰랐다”며 “고물가가 지속된다면 금리를 계속, 오랫동안 올려야 하고 이는 연착륙 가능성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