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무렵,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공장제 기계 공업이 본격화되었다. 이것이 역사상 첫 번째 ‘산업혁명’이며 현대 산업의 태동을 이끈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자동화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속출했고, 기계를 도입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아야 했던 영세 제조업자가 늘어나는 등,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은 오히려 더 고통을 받기도 했다.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세월이 흘러 21세기가 된 지금, 세계 산업계에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최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이전의 산업혁명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투자 및 자동화 설비를 통해 무조건 빨리, 많이 생산하는 것만 추구하던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점도 많다. 세세히 따져보면 중소·중견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다.
스마트공장은 IoT 기술을 통해 제품의 생산에서 출고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며, VR이나 AR 기술을 통해 현장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향후 품질 개선이나 생산 계획 수립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제조업 환경에선 대규모 설비를 통한 소품종 대량생산이 주류를 이룬 반면, 스마트공장 환경에선 소규모의 맞춤형 설비를 기반으로 AI 및 소프트웨어 적용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차별화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생산현장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협동로봇 (출처=두산로보틱스)
또한 무조건적인 자동화·무인화를 통해 인력의 감축 및 인건비 절감만을 노리던 기존의 제조업 솔루션과 달리, 스마트공장에는 인간과 상호 작용하며 작업자의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키는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 혹은 cobot)이 보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IoT와 AI 기술이 각종 사고나 이상을 미리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리거나 작업자에게 경고하기도 하는 등, 산업재해를 최소화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 스마트공장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젊은 구직자를 생산현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장의 스마트화를 주저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각종 스마트 인프라의 도입에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어떤 인프라를 어떻게 적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중소벤처기업부)에선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사업’은 단순히 스마트공장의 수를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각 기업의 역량이나 사업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로봇 및 제조데이터 활용을 비롯, 스마트공장 도입과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사업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에 눈에 띈다.
‘K-스마트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제이브이엠’의 내부 시설(출처=제이브이엠)
올해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스마트공장의 방향성을 제시할 자동차, 기계장비, 화학부문 등의 15개 중소·중견기업이 ‘K-스마트등대공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진쎄미켐, 두산공작기계, 삼보에이앤티, 삼보프라텍, 삼현, 신성델타테크, 씨큐브, 제이브이엠, 진양오일씰, 진합, 천일엔지니어링 등이 그곳으로, 이들은 향후 3년간 최대 12억원을 지원받아 국내 제조업의 고도화 방향을 제시하는 벤치마킹 모델 역할을 맡게 된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