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김사과 외 지음/260쪽·1만5000원·작가정신
이호재 기자
“저도 웹소설이나 써볼까요? 하하.”
최근 만난 소설가 A 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A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하다 최근 내놓은 신간 판매량을 걱정했다. 종이책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지나 급격히 성장한 웹소설 업계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했다. 괜스레 민망해져 겸연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웹소설 써볼까요?”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원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중)
소설가들이 마진에 대해 생각하는 건 아마도 소설이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정용준 작가는 “써야만 한다”는 짧은 문장 하나를 노트에 적어 넣고는 어떤 문장도 더 쓰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정지돈 작가는 첫 책을 내고서도 아버지한테 돈 버는 직업을 구하라는 타박을 들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마다 입가가 찢어진다는 한은형 작가의 토로는 창작에 들어가는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소설가들이 글을 쓰는 건 ‘마진 너머의 기쁨’ 때문이 아닐까. 박민정 작가는 “소설이 결국 나를 먹고살게 했고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손보미 작가는 “글을 완성해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소설을 쓰는 기쁨이 뭔지 명확하게 밝히진 않지만, 자발적으로 이 직업을 택했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 나는 내 삶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소설이 있는 쪽으로.”(조경란 작가의 ‘작가의 말과 신발’ 중)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