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잃어버린 도시/위화 지음·문현선 옮김/588쪽·1만8500원·푸른숲
지난해 중국에서 새 장편소설 ‘원청: 잃어버린 도시’를 출간한 위화 작가. 그는 1993년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발표한 후 해 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푸른숲 제공
중국 남쪽 도시 시진(市鎭)에 머물게 된 북쪽 출신의 린샹푸는 약 10년 전 북쪽에서 젖먹이 딸을 데리고 내려왔다. 금괴를 훔쳐 달아났다가 돌연 다시 돌아와 아이를 낳은 뒤 또다시 출산 한 달여 만에 홀연히 자취를 감춘 부인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부인을 만나 딸에게 젖을 물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먼 길을 나선 린샹푸. 샤오메이는 린샹푸에게 자기 고향이 ‘원청’이라고 했지만, 그곳은 누구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다. 하지만 우연히 시진에서 자신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로 여겼던 이곳이 원청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린샹푸와 모르는 여성에게 돈을 줘가며 젖동냥으로 키운 딸 린바이자에게 시진은 새로운 터전으로 자리 잡는다.
완무당은 린샹푸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곳이다. 시진을 처음 찾은 해, 거센 회오리바람을 만나 배를 타고 있다가 젖도 못 뗀 린바이자를 놓쳤다. 삶의 모든 것이던 딸을 잃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지려는 순간, 린샹푸는 완무당이 훤히 보이는 나무 위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딸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가 완무당에 절절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 필연적 사건은 그날 이후의 삶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딸을 잃어버리면 은표를 또 어디다 쓰겠습니까.”
고향 땅을 저당 잡힌 뒤 받은 은표를 딸의 옷 속에 넣는 린샹푸. 엄마 없이 자라난 딸이 그가 끝까지 삶을 이어나가게 해준 버팀목이자 이유였던 셈이다.
이야기는 린샹푸를 중심으로 펼쳐지다 후반부에서는 샤오메이로 넘어간다. 삶을 통째로 옮겨 평생을 기다렸어도 끝내 만나지 못한 부인, 그 운명은 어땠을지 기대하며 읽게 된다. 린샹푸와 가까워지면 마음이 평온해졌던 그는 본래 남편 아청과 시진으로 돌아와 살며 가슴에 묻은 딸 린바이자를 엿보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옷가지만 전한다.
어디에선가 알 수 없는 운명의 조각을 찾아 헤매고 있는 이들이라면 우리네와 닮은 애환을 지닌 린샹푸를 만나 서로를 다독일 수 있지 않을까.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