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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세대’에 취해… 경고벨 놓친 벨기에

입력 | 2022-12-03 03:00:00

[WORLD CUP Qatar2022]크로아와 비겨 충격의 16강 좌절
2010년부터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더브라위너-아자르 등 앞세워
41개월 연속 랭킹 1위 신기록에… 러시아 대회 3위 등 호령했지만
고령에 조직력 흔들려 결국 굴욕



고개 숙인 루카쿠 벨기에의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오른쪽)가 2일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루카쿠는 상대 골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으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가 0-0으로 끝나자 루카쿠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벤치 유리막을 주먹으로 세게 치기도 했다. 알라이얀=AP 뉴시스


“벨기에의 오래된 세대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

스포츠 전문 통계회사 ‘옵타’가 2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소식을 전하며 붙인 제목이다.

벨기에 축구의 ‘황금 세대’가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8강 진출을 이뤄낸 데 이어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인 3위로 도약했던 벨기에가 이번엔 조별리그 탈락이란 성적을 냈다. 벨기에는 이날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해 모로코(승점 7), 크로아티아(승점 5)에 이어 조 3위가 되면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4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한 7개 톱시드 팀 중 유일하게 벨기에만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벨기에는 그동안 세대교체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 연이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벨기에는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17∼20세 원석들을 발굴해냈다. 케빈 더브라위너(31·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31·레알 마드리드), 로멜루 루카쿠(29·인터밀란), 티보 쿠르투아(30·레알 마드리드), 얀 페르통언(35·안더레흐트) 등이 벨기에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이 주축이 돼 벨기에는 2018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역대 최장인 41개월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에서는 ‘붉은 악마’다운 매서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3경기에서 단 1골(2실점)에 그쳤다. 1경기만 치른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4년 만에 1골로 대회를 마쳤다. 최소 3경기가 보장된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1골에 그쳤다. 초대 대회였던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1골도 넣지 못한 기록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2경기 만에 대회를 마쳤다.

고령화된 선수층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뒤따랐다. 옵타에 따르면 이날 크로아티아전 벨기에 선발 출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평균 31세 95일로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독일과 맞붙은 호주 대표팀(31세 118일)에 이어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고령화된 라인업이다. 8년 전인 2014년 브라질 대회 벨기에의 마지막 경기(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 중 5명이 이날도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더브라위너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에서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회가 없다. 우리는 너무 늙었다”고 말한 것이 전해져 홍역을 치렀다. 모로코전(0-2 패) 이후 라커룸에서 더브라위너, 페르통언, 아자르 등이 설전을 치른 사실도 전해졌다.

2016년부터 벨기에를 이끌었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49·스페인)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경기장 안팎으로 벨기에에 끔찍한 토너먼트였다. 멋진 이야기의 슬픈 결말이지만 이제는 재건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평했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끝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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