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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은 정상적 학습과 사회활동 위한 아이들 인권 문제”

입력 | 2022-12-03 17:53:00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일부 세력만을 위한 불합리한 예산 과감히 삭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지호영 기자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시의회가 잘못하면 시민이 불편과 고통을 겪습니다.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쥔 시의회가 시정을 주도해 시민 뜻을 받들고, 그간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향후 의회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 강남구 제3선거구(개포1·2·4동)에서 7·8·9·11대 시의원을 지낸 김 의장은 7월 1일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시의회 다수당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하면서 서울시와 의회 모두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 김 의장 취임 후 시의회는 서울시 주요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월 15일 시의회는 교통방송(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TBS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 3일엔 뚜렷한 주최 단체가 없는 서울 시내 행사에 대해서도 시장이 안전을 관리토록 한 ‘다중운집행사 안전 관리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주간동아’가 11월 28일 서울 중구 시의회 청사에서 김 의장을 만나 시정 현안과 대책에 대해 물었다.


“TBS 조례안, 공영방송 자율성 확보 위한 것”


일각에선 TBS 조례안을 두고 ‘언론 자유 후퇴’라고 주장하는데.

“옳지 않은 주장이다. 조례안은 어디까지나 TBS의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방송사로서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겠나. TBS 주주인 서울시민들은 기존 형태의 TBS가 시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보편적 타당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TBS가 그러한 가치를 잘 지켰나. 2020~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총 44건의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받았다. 스스로 반성하고 시민들 고언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서울시에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이 부재한 게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도 시의회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첫 원인’이라고 밝히지 않았나. 이렇다 할 행사 주최 단체가 없다 해도, 서울시 등 지자체나 국가기관은 안전 유지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참사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고 예측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고가 생기면 재빠른 보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경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 의장은 “시의회는 최근 현안뿐 아니라,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민생을 위한 안전망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개원 첫날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법령개정 촉구 결의안’을 발표한 데 이어 △주민생활안정 지원 △스토킹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 △주거 기본 △쪽방주민의 복지 및 생활안정지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조례 등 5대 민생 조례 제·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장은 ‘서울시립대(시립대) 경쟁력 제고’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반값등록금’으로 시립대의 경쟁력이 낮아졌고, 이념 편향 교육으로 초중고생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반값등록금이 시립대의 경쟁력을 저하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립대 반값등록금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시립대는 재원 부족으로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학 교육 여건을 평가한 지표가 급전직하했다. 가령 ‘QS 세계 대학 랭킹’은 2012년 500위권에서 올해 800위권으로 곤두박질했다. 그간 서울시가 6289억 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말이다.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만도 상당하다. 학교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립대 휴학생 비율은 타교보다 10%p가량 높았다. 자퇴생 비율도 매년 증가 추세로 올해는 전체 학생 중 3%에 달했는데, 그중 85%가 타교 진학을 위한 것이었다. 이미 반값등록금 제도 시행 초기부터 학생들 불만이 상당했음에도 정치 논리 때문에 유지된 것이다. 장학금 확대 등 조치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시립대 등록금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원칙에 입각해 시의회 운영할 것”

최근 초중고생 기초학력 저하도 심각한데.

“그렇다. 기초학력은 아이들의 기본권이다. 기초학력이 낮아지면 정상적인 학습과 사회활동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인권 문제다. 국가와 서울시의 미래인 아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받는 현실을 시의회가 방관할 순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학력 관련 지표 공개를 막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초학력이 더 저하된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 학습보다 이념 편향 교육이 성행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8월 29일 서울교육청 추가경정예산(추경) 3조7000억 원을 최종 의결하면서 기초학력 평가를 위한 예산 30억 원도 확정했다. 예산 집행기관장인 서울교육감 동의하에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 서울교육청이 확실한 시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시의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확인하겠다.”

향후 시의회의 목표와 운영 방향은 무엇일까. 김 의장은 “원칙에 입각해 시의회를 운영할 것이며 그 방법은 바로 대화와 타협”이라면서 “다수당 의견이라고 무조건 들어줄 일도 없고, 반대로 소수당의 억지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생 문제는 시의회가 주도해 해결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시장과 교육청이 조례안, 예산안을 제출하면 무조건 통과시키는 ‘통과부’ 역할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민의 뜻을 받드는 시의회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꼼꼼한 예산 심사를 예고했다.

“올해 수해, 이태원 참사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겪으며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47조2052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6.8%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시의회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서울의 경쟁력을 저해하거나, 극히 일부 세력만을 위한 불합리한 예산은 과감히 삭감할 것이다. 반면 시민 안전 보호, 학생 기초학력 증진처럼 시민 기본권에 관한 예산은 잘 반영됐는지 꼼꼼히 살필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67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