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스타트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채용 문화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채용에 지원한 김동아입니다. 저를 한마디로 소개하면…’
회사 면접장에 가면 으레 들을 수 있는 지원자의 멘트죠. 인사팀 안내에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원자가 앉을 의자 하나가 놓여있고, 그 앞에는 여러 명의 면접관들이 무표정을 한 채 앉아있는 장면. 실제로 경험하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보든 너무나 익숙한 장면인데도, 막상 내 눈 앞의 일이 되면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면접관들은 나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데, 왜 나는 회사에 대해 물을 기회가 없을까요. 불만이 생겨나지만 보통의 면접장 분위기에서는 왠지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하면 큰일 날(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사실 스타트업의 ‘커피챗(Coffee Chat)’ 문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커피’와 ‘챗(담소·대화)’의 합성어인 커피챗은 말 그대로 차 한 잔 마시면서 격식을 차리지 않고 나누는 대화를 의미합니다. 요즘 스타트업들은 면접과정의 일부를 커피챗 방식으로 한다고 하는데요. 정식 면접까지는 아니지만, 공식적인 채용 절차를 이어나가기 전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를 탐색하는 자리라고 보면 될듯 합니다. 특히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그렇다고 하네요.
커피챗을 나누고 있는 모습. 버킷플레이스 제공.
소개팅 자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텐데요. 소개팅에서 자신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처럼, 커피챗에서 지원자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면서 면접관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회사의 시스템이나 문화 등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본인이 잘 맞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고민 끝에 힘들게 이직 결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안 맞으면 그것만큼 암담한 일이 없잖아요?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회사의 장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능력 있는 팀원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규모나 업력 면에서 대기업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해당 회사에 대해 잘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 및 면접관 입장에서는 커피챗이 회사의 문화나 특징, 장점 등을 지원자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커피챗은 보통 지원자 1명과 1명 또는 2명의 소수 면접관이 만나 이뤄집니다. 제법 규모가 크거나 한창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인재 영입을 위해 집중적으로 커피챗을 이어나가기도 하는데요. 라이프스타일 슈퍼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경우 올해 6월 한 달간 최고기술책임자(CTO), 창립멤버 개발자, 쿠팡 및 구글 출신의 개발자가 나서서 약 40번의 커피챗을 진행하고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의 개발자를 영입했다고 하네요.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요즘에도 주요 책임급 리더가 시니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기업 문화와 개발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커피챗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커피챗 문화가 있는 기업 중 한 곳입니다. 그 일환으로 야놀자는 올해 6월에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커피 및 식사 상품권을 제공했는데요. 직원들이 입사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들과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회사를 소개하고 채용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커피챗 문화는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에서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근무 형태와 채용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스타트업 업계의 소식, 계속해서 스테파니에서 전달드리겠습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