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체급별 베스트 셀링 모델들이 자동차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치량(SUV) 캐스퍼는 침체된 경차 시장을 부활시키고 있고,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는 ‘판매량 1위는 세단’이란 공식을 깰 첫 RV(레저용 차량)가 될 전망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쏘렌토는 올해 1~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6만1509대가 팔렸다. 2위는 현대차 그랜저(5만8113대), 3위는 기아 카니발(5만1735대)이며, 현대차 아반떼(5만508대)와 기아 스포티지94만9198대)가 뒤를 잇고 있다.
쏘렌토. 기아 제공
특히 쏘렌토는 2002년 첫 출시 이후, 싼타페와 늘 경쟁하던 모델로 2014년 출시된 3세대 쏘렌토가 3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일 뿐, 대게 판매량 4위와 5위 자리에만 있었다.
그러나 올해 쏘렌토는 ‘역대급’ 인기를 끌고 있다. 2위 그랜저와의 판매량 격차는 3400대 수준이다. 쏘렌토가 월 5000대 이상 팔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달 안에 순위가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간 활용성이나 가격, 디자인 등이 종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을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더해지면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판매량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4세대부터 추가된 하이브리드 모델(HEV)은 쏘렌토 판매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출시 33개월 만인 지난달엔 10만 대 판매를 돌파했는데, 이는 국산 HEV 중 최단기간 10만대 판매를 넘어선 기록이다.
캐스퍼. 현대자동차 제공
특히 캐스퍼 효과는 국내 경차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다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계속 판매량이 줄어들더니 2017년엔 14만6000대, 2018년엔 13만4300여 대를 기록했다. 2019년엔 12만대에서 2020년엔 10만 여대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9만8781대로 10만 대 판매가 깨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이나 감소한 것이다.
캐스퍼 밴은 기존 2열 시트 공간을 비워내 940L의 적재 용량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