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2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로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가운데 별도 기자간담회 없이 ‘사법 리스크’에 대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4일 “지금은 사과할 타이밍이 아니다. 수사 상황을 보면서 대응해야 될 때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대신 정부·여당의 ‘무능’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줄곧 ‘민생’과 ‘유능’ 키워드를 내세웠던 이 대표 역시 100일 간의 정책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취임 직후 불거진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데다,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정기국회 내내 이어졌기 때문. 이 대표가 취임 직후 전국 각 지역에서 직접 내걸었던 지역공항 및 공공의대 신설 등 대형 공약들은 줄줄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 지역 공약 줄줄이 ‘빨간 불’
이 대표는 지난 8월 28일 전당대회 승리 직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각 지역 현안에 맞춘 정책과 공약을 쏟아냈다. 9월에만 광주에선 군공항 이전을, 전북 전주에선 ‘전북 공공의대 설립법’ 처리를 약속했고, 부산에서도 가덕도신공항 완공과 부울경 메가시티 및 서부산 의료원 건립,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등을 약속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곧장 관련 예산 확보 및 법안 발의를 통한 뒷받침을 약속했고, 이에 여당은 “이재명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 정기국회 종료(12월 9일)를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았지만 당시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못한 상태다. 공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들이 아직도 발의조차 되지 못했거나 대거 상임위원회 단계에 발이 묶여있기 때문.
군공항 이전 관련 법안과 공공의대, 신도시특별법은 모두 아직까지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 대표는 9월 30일 전남도청에서 “광주공항, 대구공항 문제를 묶어서 지원할 수 있게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초에야 광주공항특별법만 제출한 상태다. 대구공항특별법은 따로 제출하지 않고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10월 대구 매천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약속한 전통시장 현대화 등 관련 법안도 제출 단계조차 지지부진한 상태라 ‘일회성 언급’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과의 갈등 속 정기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운 법안들도 산적해 있다. 이 대표가 9월 16일 전북에서 언급한 공공의대의 경우 역시 의료계의 거센 반대로 소관 상임위에 아직 상정도 못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10월 중순 국민의힘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당이 상임위까지는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입법 독주”라는 여권의 비판 속 한 달 반 째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9일 본회의 전 법사위가 열리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어렵지만 상당수 법안이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기자회견 없이 맞는 100일
이 대표는 예견됐던 100일 기자회견은 열지 않는 대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통해 ‘내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4일에도 한국계 미국 하원의원들에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민생과 경제 관련 메시지를 내는 데에 주력했다. 앞서 전임인 송영길, 이낙연 전 대표는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