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한국 부자 보고서’ 1년새 3만명↑… 금융자산 총 2883조 부동산 비중 줄인건 6년만에 처음 팬데믹 기간 개미와 달리 빚 줄여
금융자산을 10억 원 넘게 보유한 ‘한국 부자’가 42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에 부자들은 6년 만에 처음으로 부동산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거나 은행 예·적금에 돈을 묻어뒀다.
하지만 중장기 유망 투자처로 여전히 주택과 빌딩, 상가 등 부동산을 꼽는 부자가 많았다. 또 팬데믹 기간에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뛰어든 개미들과 달리 부자들은 빚을 줄이는 데 힘썼다.
○ 금융 부자 42만 명…부동산 비중 6년 만에 줄어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2883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가계 전체 금융자산(4924조 원)의 58.5%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증시 상승세가 꺾이면서 자산 증가 속도는 2020년(21.6%)의 절반으로 꺾였다. 연구소는 한국은행, 통계청, 국세청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이를 추산했으며 별도로 한국 부자 400명을 설문 조사했다.
세부적으론 거주용 부동산(27.5%),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4.2%), 빌딩·상가(10.8%), 거주용 외 주택(10.8%), 예·적금(9.5%) 순으로 자산 비중이 높았다. 이 중 유동성 자산(1.6%포인트)과 예·적금(1.4%포인트) 비중이 1년 전보다 늘었고 거주용 부동산(―1.6%포인트)은 줄었다. 금리 인상과 주택 경기 냉각, 증시 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 “1년간 예·적금 늘리고 중장기로는 부동산 관심”
또 부자들은 앞으로 돈을 굴릴 때 가장 우려하는 위험 요인으로 금리 인상(47.0%·중복 응답)을 꼽았다. 이어 인플레이션(39.8%)과 부동산 규제(35.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35%) 등을 우려했다.
부자들이 향후 3년간 고수익 예상한 투자처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인 400명 대상 조사. 괄호는 전년 대비 응답률 변화. 단위: %
지난해 선호도 1위였던 주식을 지목한 부자는 올해 31.0%에 불과했다. 1년 새 29.5%포인트 급감했다. 보고서는 “부자들은 현재 금융 투자 리스크가 큰 시기라고 판단해 단기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할 때를 대비해 관심 지역의 매물 정보를 분석하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