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가수 조용필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네 차례 단독 콘서트가 4일 끝났다. 4년 만의 단독 공연인 이번 콘서트는 10월에 예매를 진행했는데 단 30분 만에 2만 석이 매진됐다고 한다. 이번 공연을 다룬 언론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72세의 가왕(歌王)이 더 젊어졌다”는 것이다.
조용필의 신곡 ‘찰나’를 듣고 그런 평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반짝이는 너/흐트러진 나/환상적인 흐름이야’란 감각적인 가사의 사랑 노래를 새 창법으로 불렀다. 9년 전 곡인 ‘바운스’ 때까지 유지했던 조용필 특유의 ‘꺾기’가 사라졌다. 모던록 스타일의 곡에 비교적 담백하게 조용필 목소리를 얹었다. 그게 관객이나 기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다.
누구나 안다. 노래방에 가서 평소에 부르던 노래를 다른 창법으로 부르면 무척이나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걸. 하물며 50년 동안 한국 가요계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고희가 넘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노래하기가 쉬웠을 리 없다. 그의 도전은 이 곡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용필은 내년에 찰나가 포함된 정규 20집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예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육계에서는 구순(九旬)이 넘은 현역 최고령 대학총장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대표적이다. 기자는 최근 3년 동안 이 총장을 두 번 만나 인터뷰했는데, 그는 그때마다 새로운 관심사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2019년에 만났을 때는 ‘인공지능(AI)’, 지난달 만났을 때는 ‘학생 창업’이 그의 관심사였다. 둘 다 젊은 대학총장들도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주제다. 하지만 가천대는 총장의 의지로 AI학과를 만들고, 창업대학을 별도 단과대로 개설했다. 90대 총장의 창업대학 개설 각오가 “앞으로 10년 동안 스타트업 1000개를 배출할 것”일 정도다. 출범 10년밖에 되지 않은 경기 성남의 ‘젊은 대학’인 가천대에 대해서 “성장세가 확연하다”는 대학가 평가가 나오는 데는 총장의 이런 도전 정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70대, 80대 현역을 넘어 ‘100세 현역’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을 꼽아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목표가 뚜렷하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 고령층이 늘어날수록 노인 지원 방식 역시 단순한 ‘현금 살포’에서 각 분야 고령층이 지닌 전문성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노년이 되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다. 늙으면서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이란 없으며, 있다 해도 매우 드물다.” 버릇없는 요즘 아이들 말 같지만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몽테뉴의 격언이다. 오늘보다 내일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어른들이 늘어나 이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