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 ‘민노총 투쟁 동력 약화’ 분석
파업차량 옆을 지나가는 유조차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 도로에 불법 주차된 화물연대 유조차 앞에 파업 지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옆으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운송 차량이 지나고 있다. 정부는 물류 차질을 빚은 정유공장 등에 군 탱크로리 등을 대체 투입하고 있다. 성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는 산하 노조들의 파업 대열 이탈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연일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가운데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도 투쟁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연대 투쟁” 호소에도 1만여 명 집결 그쳐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이 전날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1만여 명이 집결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주장하며 “연대를 위해 화물연대 투쟁에 집중하자”고 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서울 대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민노총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빗대며 “(정부가) 노동자에게 목줄을 채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이번 대회는 서울에서만 열릴 예정이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민노총이 지난달 30일 서울과 부산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일 호소문을 내고 “110만 조합원이 힘차게 투쟁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전국노동자대회의 규모는 이전 집회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9만 명, 9월 24일 전국 동시 결의대회에는 약 2만8000명이 나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대규모 집회로 민노총의 조직 동원력이 약해진 데다 전국철도노조,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이 협상 타결로 파업 대열에서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6일 예고된 전국 동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의 파급력도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파업 참여 줄고 회복되는 물류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부 결집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일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여 명 중 약 2900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참가자(약 4300명)의 67% 수준이다.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의 수송량도 점차 늘고 있다. 3일 기준 시멘트 수송량은 8만4000t으로 평시 토요일 운송량(10만5000t)의 80%까지 회복됐다. 다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 지부가 노조원들에게 5일부터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시멘트) 타설 작업을 멈추라는 내용의 긴급 공지를 했다”고 적었다.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이 약화되자 건설 현장까지 파업 전선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2일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며 ‘동조 파업’에 나서기로 한 곳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일 한국 정부에 대한 긴급 개입 절차를 개시했다”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공식적인 감독 절차가 아니라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 의견 조회”라고 반박했다. 민노총은 앞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ILO 개입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의견을 전달하기 전에 파업이 종료됐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