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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청와대 투톱’ 출국금지-구속… 다음 타깃은 박지원

입력 | 2022-12-05 03:00:00

노영민 前비서실장 출금 ‘이정근 취업 관여’ 의혹
檢, ‘서해 피살’ 관련 서훈은 구속




2020년 하반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투 톱’이었던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최근 노 전 실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뒤 출국금지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노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수감 중)이 CJ그룹 계열사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5시경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이었던 서 전 실장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첫 문재인 정부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5일 서 전 실장을 구속 후 처음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을 조사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다른 외교안보 라인 고위급 인사들의 관여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文정부 靑’ 수사 본격화


檢, 연내 ‘서해피살’ 마무리 목표
서훈측 “구속적부심 청구 검토중”
수사 경과따라 文 직접 수사할수도
盧 ‘취업 관여’ 의혹도 조만간 조사



서훈 전 실장의 구속과 노영민 전 실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층 본격화되는 신호란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서훈 측 “구속적부심 검토”
서 전 실장 구속으로 동력을 확보한 검찰은 연내 사건을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수사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당시 대북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서 전 실장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보고, 서 전 실장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과 함께 기소할 방침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청와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서 전 장관, 박지원 전 원장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은 “(서훈 당시) 안보실장으로부터 첩보 삭제 지시가 없었고, 저도 국정원에 지시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 구속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 아니다”라며 “보석, 불구속 기소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윤석열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구속적부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경과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문 전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정도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조만간 노 전 실장 불러 조사
검찰은 노 전 실장이 이정근 전 부총장의 재취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같은 해 8월부터 CJ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 상임고문을 맡아 1년간 약 1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이 ‘실장님 찬스뿐’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노 전 실장에게 도움을 청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과 겸직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생기자 노 전 실장이 직접 이 전 부총장에게 ‘겸직 가능’이라는 답장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노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이 전 부총장 후임으로 다른 민주당 인사가 오는 과정에서도 노 전 실장이 관여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 전 실장 측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실장은 한국복합물류라는 회사를 알지도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전 실장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도 서 전 실장과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