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올해 9월 베트남에서 개봉한 영화 ‘육사오’ 포스터. CJ HK 엔터테인먼트 제공.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베트남 현지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 띠 축 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 뚜안 린 배급팀장 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