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가구 증가로 노령견·묘 만성질환 증가 처방식·기능성 사료 혼동↑ 일부 사료 기능성 사료를 ‘처방식’으로 판매 “보호자 자체 판단 시 반려동물 건강 악화 가능” “처방식 사료는 전문가 진단 거쳐 구매해야” 유럽·미국 등 처방식 사료 법으로 규정
장효미 박사(수의사 겸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이사·한국동물병원협회 이사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장효미 박사는 5일 소중한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 보호자가 다양한 사료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방식과 기능, 성분 등 각종 문구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홀리지만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는 전문가 진단에 따른 영양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담긴 제품이라도 내 반려동물에는 해롭거나 효능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사람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경우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용 사료는 판매 유도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처방식 사료’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내 반려동물이 병원에서 처방 받은 적이 없는데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손쉽게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 건강에 맞춘 처방식 사료를 구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셈이다.
장 박사는 “처방식 사료는 아픈 반려동물이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잘못 급여 시 치명적인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과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이 기능성 사료와 처방식 사료를 혼동하거나 스스로 판단해 잘못된 사료를 급여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에 진심인 장효미 박사를 만났다. 장효미 박사는 현재 청담동 소재 동물병원에서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이사와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장 박사는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 보호자가 사료를 선택할 때 영양학적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히 좋아 보여서 구입해 급여한 사료가 반려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식 사료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반려동물용 ‘처방식 사료’는 무엇인가.
“‘질환관리사료’라고도 불리는 처방식 사료는 질환으로 인해 대사 기능에 문제가 있는 반려동물의 영양 관리를 위해 급여하는 특수 목적 사료다. 건강한 반려동물의 영양공급을 위한 ‘일반 사료’가 아니고 의약품이라고도 볼 수 없는 제3의 영역으로 보면 된다. 질병으로 인해 대사 기능이 손상된 반려동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는 사료다.”
―‘처방식 사료’와 ‘기능성 사료’는 동일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가.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처방식 사료를 주식으로 급여해 관리하면 질병으로 인한 반려견과 반려묘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 가령 신부전이 있는 반려묘의 경우 ‘단백질’과 ‘인’ 함량을 낮춘 사료를 급여하면 신장 기능 부전을 지연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한 반려묘가 먹는 일반 사료는 단백질이 30~40% 이상 함유된 고단백 사료인데 반해 신부전 사료는 27~28% 정도로 단백질 함량을 줄여서 만들어진다. 인 함유량 역시 보통 1% 전후인 일반 사료에 비해 0.5% 이하로 낮다.”
―처방식 사료라고 하면 건강에 좋게 느껴지는데 보호자가 임의로 급여해도 되나.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처방식 사료는 무조건 건강에 유익하다고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유의해야 한다. 성장기에 있는 건강한 동물에게는 고함량 단백질이 필요한데 단백질과 인 함량이 낮은 신부전 사료를 급여하면 발달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건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피부 처방식의 오남용도 대표적인 잘못된 사례로 들 수 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피부발진이나 가려움증을 보인다고 해서 다 알러지 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균이나 곰팡이, 기생충 감염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종양처럼 심각한 질병이 요인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알러지 완화를 위한 처방식 사료를 급여하게 된다면 증상 호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부와 요로계, 체중감량, 위장관, 신장, 심장, 간 등 질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처방식 사료가 있다. 사료 종류마다 영양소 함량과 기능이 달라 반드시 진단된 질환에 따라 급여해야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약 20여 가지 질환과 증상별로 영양소 기준을 법으로 정해서 관리한다. 또한 수의사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구도 표시한다.”
“처방식 사료를 올바르게 급여하면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가정에서 임의로 판단해 잘못 먹이게 되면 오히려 다른 장기에 무리를 주거나 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들이 만성 설사를 하는 반려묘에게 소화기에 좋은 처방식 사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설사가 식이 알러지로 인한 경우라면 오히려 가수분해 사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제품 급여 여부와 종류, 급여 기간 등을 꼼꼼하게 설정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처방식 사료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수의사 처방 없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료를 구매하는 실정이다. 질환과 관계없는 사료들이 처방식 사료라는 타이틀을 달고 판매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특수목적영양사료(PARNUT)’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처방식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20여 가지 반려견·반려묘 질환에 따라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영양소와 성분 보충 및 제한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명시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들은 처방식 사료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처방식을 규제한다. 수의사 관리 하에서만 처방식을 판매하도록 규정을 정하고 있다. 처방식 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경우 동물병원에 연락해 확인 절차를 거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일본은 수의사회 산하 ‘반려동물영양학회’에서 유럽연합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에만 처방식 사료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하는 방식이다. 호주 역시 유럽연합 법률을 채택해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올바른 처방식 사료 활용법은.
“반려동물 수명 증가로 처방식 사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처방식 사료를 급여할 때는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해 가장 적절한 사료를 올바르게 급여해야 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