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업무협약 내년 상반기 140개 중고교 순회 유해약물 예방교육 실시 계획
2일 대구 달성군 서재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유해 약물 예방 교육에서 학생이 강사가 낸 퀴즈를 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2일 오전 대구 달성군 서재중학교 시청각실.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대구시교육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마련한 유해 약물 예방 교육을 듣기 위해서다. 단상에 선 강사가 “헬스 보충제나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먹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정답!”을 외치며 양팔로 동그라미(ㅇ)나 엑스(×) 모양을 만들었다. 강사는 이 식음료들 중 일부에는 향정신성 성분이 들어 있어 과용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채비 양(15)은 “우리 주변에 중독될 수 있는 약품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ㅇ× 퀴즈 풀이를 마친 뒤 약물 오·남용 예방 뮤지컬 ‘T.M.I’(Too Medicine Information)를 상영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와 춤으로 구성돼 있어 상영 내내 학생들이 흥얼거리며 즐거워했다. 이상율 군(15)은 “오늘 교육을 통해 마약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 항상 경각심을 갖고 더욱 경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교사들도 교육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권수지 교사는 “현재 중고교 교과과정에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별도의 교육시간을 배정하지 않아 아쉬웠다. 사회적으로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제자들이 이 같은 교육 기회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내년 6월 말까지 지역 140개 중고교를 찾아가 마약류 등 유해 약물 예방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해 약물 예방 정보 공유와 관련한 교육 자문 △학생 문화 공연형 유해 약물 예방 교육 △교직원 대상 마약류 등 예방 교육 및 역량 강화 연수 등을 추진한다.
시교육청이 이처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최근 10, 20대를 중심으로 마약 사범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지역 20대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2020년 71건, 지난해 120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154건이 발생했다.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 검거 건수도 지난해 10건으로 2020년(3건)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만 12건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다수 청소년이 마약성 진통제 등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보다 철저한 예방 교육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마약류 사용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청소년들의 피해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앞으로 교육 일선에서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