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담 교수 “진단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상담 필요시 정신과 찾아 도움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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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예측할 수 없고 스스로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믿을 때 생기는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 우리는 모두 불안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지난해 실시한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안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나타났다. 남성은 1.6%, 여성은 4.7%로 여성의 불안장애 유병률이 남성보다 세 배 정도 많다.
이에 대해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담 교수는 “남녀 간 기질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을 표현하고 대처하는 방식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본다”며 “불안장애 유병률은 여자가 더 높아도, 불안장애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은 남녀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사회적 원인에서는 인지적 구조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걱정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거나, 비현실적 미래의 위협을 상상해 정작 중요한 현실의 위협은 외면하기도 한다. 또한 마치 내가 걱정을 많이 하면 부정적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믿는 마술적 사고가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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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쌍둥이 유전 연구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불안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의 기여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증상에 따른 접근과 치료를 시도하기 때문에 선·후천적인 원인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미국정신의사협회(APA)에서 발행한 ‘DSM-5-TR 진단기준’에 따라 불안장애를 진단한다.
이러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아도 불안장애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는지 아래 사례를 들며 허 교수에게 물었다.
#. 직장인 A 씨(28)는 항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정적인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쉽지 않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 이곳저곳도 자주 아프다. 쉬는 날마다 여러 병원을 찾지만 몸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 고등학생 B 군(17)은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을 할퀴며 상처를 내기도 한다. B 군의 열 손가락은 하루도 멀쩡할 날이 없다. 예전엔 손을 괴롭히면서 불안함을 달랬던 것 같은데 요샌 불안함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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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군과 관련해서는 “손톱이나 피부를 뜯거나, 머리카락을 포함한 털을 뽑는 반복 행동들은 근본적으로 불안·강박 증상과 관련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긴장·불안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함으로써 순간적으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나, 이로 인해 죄책감·창피함을 느낄 수 있고 사회생활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문제 행동을 막음으로써 불안과 문제 행동의 사이클을 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문제 행동에 대한 충동이 들 때 다른 행동을 대체하는 ‘습관반전훈련법’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장애 치료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인지행동 치료, 약물 치료, 상담 치료 등이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작용하는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처방한다. 불안장애는 대개 우울장애보다 더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최소 6~12개월 투약이 권고된다.
일상생활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불안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커피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는 좋지 않고 술과 담배도 멀리해야 한다. 다이어트약에 암페타민 유사 성분이 포함된 경우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상담 하에 다이어트약의 중단 혹은 변경이 필요하다.
허 교수는 끝으로 “불안장애는 임상에서 과소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치료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불안장애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도움을 받는 환자들이 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