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변신 KT의 진화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년 전 취임한 구 대표는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환을 선언하면서 KT의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KT 제공
KT가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물류와 의료, 전문 상담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의 전환에 성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혁신 성장 미래 계획의 일환이다. KT는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영업이익 등의 실적이 매년 상승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AI는 성능, 확장성, 비용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범용적이고 맞춤형으로 작동하며, 창의적 학습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초거대 AI’를 상용화해 기존 산업이 가진 문제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 초거대 AI 상용화로 기존 산업 문제 해결
초거대 AI란 대규모 서버 시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체계를 말한다. KT는 AI 관련 역량을 집대성해 최근 초거대 AI인 ‘믿음(MIDEUM)’을 개발했다. 믿음은 사용자와 과거에 나눴던 대화를 기억해 활용하거나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AI를 목표로 한다.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거나 상황에 맞춰 말투나 목소리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믿음의 특징을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한 것이 단순 문의 응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AI 감성 케어’ 전문상담 서비스다. AI 감성 케어는 AI가 시니어 고객이 좋아하는 장소나 취미를 인지해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고객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AI가 나서 시니어 고객에게 먼저 안부를 묻거나, 이상 상황과 관련된 대화를 요약해 보호자나 관련 기관에 전달한다. KT는 상담뿐만 아니라 물류, 의료 등 AI를 접목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같은 초거대 AI의 상용화를 위해 KT는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 AI 인프라 솔루션 스타트업 ‘모레’ 등에 투자하고 KAIST와 한양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최신 AI 알고리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내년까지 기존 대비 3배 이상 효율을 갖춘 한국형 AI 반도체 풀스택(Full-Stack·데이터베이스와 서버,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완성할 계획이다.
○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위한 적극적 투자
KT는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2020년 구 대표 취임 이후 KT그룹이 AI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미디어, 금융 등에 투자한 금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B2B(기업 간 거래) 금융을 선도하는 뱅크샐러드에 투자했으며, 종합 유선방송 회사인 HCN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KT그룹의 음원 서비스 기업인 지니뮤직은 음성 플랫폼 확장을 위해 밀리의 서재를 인수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 선두 사업자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현대자동차, 금융은 신한금융투자, 미디어는 CJ EnM과 협력해 실질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KT는 탄소 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신기술 연구개발(R&D) 강화에 나서 AI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인 ‘AI 빌딩 오퍼레이터’를 도입했다. AI 빌딩 오퍼레이터 도입 이후 15%가량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실제로 검증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초로 2600억 원 규모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K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면 사업 부진과 유선 전화 부문의 지속적인 사업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매출과 이익 성장을 기록해왔다.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7% 이상 증가했으며, 본격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20% 이상 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KT는 연결 기준 7년 연속, 별도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KT는 2026년까지 네트워크, 디지털 플랫폼, 벤처스타트업 분야에 27조 원 투자를 단행해 디지털 인재 양성을 주도하고 2만8000명을 직접 고용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공공 분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구 대표는 “적극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 일자리 창출 노력이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