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2022.10.23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언론인 모임에서 차기 당권주자에 대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안 보여서 다들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새 대표는 수도권과 MZ세대에 인기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까지 제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그제 “MZ세대의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차기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가세했다. 집권여당의 ‘투 톱’이 차기 당 대표의 조건을 내걸자 발언 배경을 놓고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주 원내대표가 특정 당권주자들을 거명하며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직격한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 주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두 차례나 만난 직후에 나온 발언이어서다. 주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뒤늦게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당권 경쟁에 윤심(尹心)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윤 대통령도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선을 그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윤심 논란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전당대회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주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이들이 결정해야 할 전당대회 시기나 경선 룰 등은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정도로 민감한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당권주자들을 향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불공정 시비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앞으로 발언 하나하나에도 각별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