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찔한 스쿨존’ 36곳 긴급점검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초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하굣길 어린이들과 마중 나온 학부모가 불법 주차한 트럭으로 좁아진 이면도로를 지나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학교 가고 올 때마다 차들이 씽씽 다녀서, 치일까봐 너무 무서워요.”
6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동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난 5학년 한세영 양(11)은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는 사방이 모두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좁은 이면도로다. 정문 앞 도로 한쪽에 보행전용 공간임을 나타내 주는 노란 실선이 보였다. 하지만 차단봉이나 연석, 펜스 등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한 양은 “보행전용 공간 표시선이 있지만 잘 안 지켜진다. 일방통행인데 역주행하는 오토바이까지 많아 무섭다”고 했다.
2일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교 학생이 학교 앞 이면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서울의 상당수 초교 주변 이면도로가 언북초 앞처럼 보행 공간이 구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면도로 보행로 구분 안 돼 위험
2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언북초 후문은 이날도 비좁은 차도에 양방향으로 차들이 오갔지만 보행로를 확보할 수 있는 연석이나 차단봉 등은 설치되지 않은 채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가 좁아 차단봉 등 시설물 설치를 위한 간격이 확보되지 않는 곳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과속방지턱, 카메라 없어 속도 제한 무용지물
서울시는 안전한 스쿨존을 만들겠다며 일부 학교 앞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20km로 낮췄다. 하지만 이 역시 과속 단속장비나 과속방지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이날 오후 취재팀은 제한속도가 시속 20km인 학동초교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학생이 골목길을 빠르게 달려오던 차량에 치일 뻔한 장면을 목격했다. 다행히 학교 보안관이 학생을 멈춰 세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이 스쿨존에는 과속단속장비가 없었고, 과속방지턱은 도로 위로 솟아오르지 않은 채 색깔만 칠해져 있었다. 이 학교 6학년 문진우 군(12)은 “공사트럭들이 달려올 때면 정말 무섭다. 학교 앞에선 제발 차들이 속도를 줄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쿨존에서는 과속방지턱의 높이와 간격을 규정에 맞게 설치하거나 도로 노면을 울퉁불퉁하게 하는 요철포장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