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2〉선진국은 연금개혁 어떻게 했나 ‘리스터연금’에 年소득 4% 넣으면 정부가 납입액의 최고 90% 지원 수급연령 2029년 67세로 늦추고 내년 ‘주식연금’ 도입, 재원 보완
‘리스터연금’에 年소득 4% 넣으면 정부가 납입액의 최고 90% 지원
수급연령 2029년 67세로 늦추고 내년 ‘주식연금’ 도입, 재원 보완
지난달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광고회사 직원 한노 밀덴부르거 씨는 “정부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 결합된 ‘리스터연금’은 공적연금과 함께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된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독일 베를린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한노 밀덴부르거 씨(44)는 20년째 사적연금 ‘리스터연금’을 붓고 있다. 그는 연봉 8만 유로(약 1억950만 원)를 받지만 노후는 고민이다. 과거 휴직 기간이 길어 다른 고소득자에 비해 공적연금이 많지 않은 데다 이직을 많이 해 퇴직연금도 적기 때문이다.
○ 공적연금 줄어든 자리 메운 리스터연금
이렇게 도입된 리스터연금은 가입자가 연소득의 4%를 넣으면 정부가 납입액의 30∼90%가량을 지원한다. 소득이 적고 자녀가 많을수록 정부 보조금은 늘어난다.
디나 프로모트 독일연금공단 연구원은 “당시 연금개혁이 가능했던 건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가 무너진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연금을 받는 사람, 내는 사람, 정부 등 모든 주체가 부담을 짊어지는 구조로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금 수급자는 덜 받고, 납입자는 더 내고, 국가는 리스터연금 지원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 “독일 연금개혁은 계속된다”
독일 연금 제도는 이후로도 ‘재정 안정성’과 ‘노후 소득 보장’의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보완돼 왔다. 2004년엔 일하는 사람에 비해 수급자가 많아지자 인구구조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줄이는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했다. 그러면서도 2030년까지 공적연금 보험료율을 22% 이하로, 소득대체율은 43%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해 노후 안전망 역할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길어진 평균 수명을 반영해 법적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 프로모트 연구원은 “점진적 개혁을 통해 연금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2026년까지 보험료율 인상 없이 현재 수준의 공적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노동시장과 연계해 연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요하네스 가이어 독일경제연구원 부국장은 “연금 재정을 탄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고용을 확대해 연금 납입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고령자, 여성, 이민자 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베를린=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