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기획]전통시장-기업 디지털 상생 카카오 ‘우리 동네 단골시장’ 사업… 상인들 디지털 전환 돕는 데 큰 역할 튜터 파견해 채널 개설 개별 교육… 1,2주 만에 사진 올리고 편집까지 “상인철학까지 연결될 수 있게 노력”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카카오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이 진행됐을 당시 한 상점 앞에서 디지털 튜터 2명(오른쪽)이 주인(왼쪽)에게 카카오톡 채널 운영 방법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한 카카오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은 신영시장에 이어 현재 10개 전국 시장에서 진행 중이다. 카카오 제공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전통시장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 기획으로 디지털을 고리로 맺어진 전통시장-기업 상생의 현장을 모색한다.》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상점 앞에는 QR코드 안내판이 걸려 있다. 손님들은 휴대전화로 코드를 열심히 찍고 있다. 촬영에 서툰 손님을 위해 상점 주인이 대신 찍어주기도 한다.
코드를 촬영하면 휴대전화 화면은 카카오톡 채널로 넘어간다. 손님은 이 상점의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게 된 것이다. 구독 손님들은 채널을 통해 상점을 소개받고 각종 할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물건 살 때 이용하라는 할인쿠폰도 내려받는다. 카카오톡으로 물건 가격에 대해 주인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8월 신영시장은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 카카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손잡고 진행하는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의 시범 시장으로 선정됐다. 앞서 카카오는 4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5년간 총 1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집행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단골시장’은 ‘소신상인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중기부,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카카오와 협약을 맺고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시장 선정 심사와 사업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상인들은 카카오톡 채널에 상점 프로필을 만들고,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물건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법 등을 배웠다. 채널 사용이 익숙해지자 모바일 마케팅 활용 등 온라인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신영시장에서 디지털 튜터로 활동한 최규연 씨(44·여)는 “대기업이 벌이는 사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인들은 없었다”며 “그분들의 배우려는 열의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이 가게 영업도 바쁠 텐데 스마트폰과 씨름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상인은 처음에는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1, 2주 안에 사진을 척척 올리고 편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상인들의 열의 덕분에 신영시장 내 참여 가능 점포 70곳 중 88%에 이르는 62개 점포가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당 평균 65명, 총 4040명의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설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발송된 광고 메시지는 총 361회로, 점포당 평균 6회가량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상품 홍보 및 할인 정보 등을 발송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영시장 점포들의 대표자 평균 연령이 63세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카카오는 평가했다.
특제 닭강정-고랭지배추 ‘알림’ 뜨자 손님 밀물 ‘즐거운 비명’
매출증대 효과 본 상인들 반응
원하는 시간 즉시 알림 큰 효과
야채 품질-가격 사진전송 편리
“간편 소통법에 노년층도 변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의 디지털 튜터들이 상주했던 부스 앞에서 고객들이 카카오톡 채널 구독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카카오 제공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애플앤치킨’이라는 수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자 사장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는 날이 없다. 카카오톡 채널은 그가 손님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김 사장은 8월 가게명을 걸고 채널을 개설했다. 치킨의 특성상 저녁 시간이 되면 남은 식품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에 마감 세일 알림을 올리면 단골 손님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줄을 선다.
카카오톡을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채널 운영법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채널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대에 할인을 한다고 손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야심차게 신메뉴를 개발해도 홍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는 김 사장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단골 손님들에게 신메뉴를 마음껏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신영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곽경신 사장도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한다. 그는 상품의 질을 중시하는 ‘깐깐한’ 사장님이다. 손님들에게 싸고 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많이 주기보다 조금 비싸다고 느껴져도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야채만 팔자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야채를 정성스럽게 손질해 그냥 진열해 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채널에 공유한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올리면 ‘정직한 물건을 판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채소 사진과 함께 가격 안내판, 짧은 메시지 등을 전송하면 손님들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야채의 품질과 가격을 시장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주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해남배추,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인기가 높다.
야채가게를 33년 동안 운영해 온 곽 사장은 나이 지긋한 단골 손님이 많다. “‘어르신들은 기계를 모른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라며 “한번 모바일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금방 따라하시고 기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으시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카카오톡 채널과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노년층과 상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상인도 손님도 열심히 따라가 봐야죠.”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