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물랑루즈!’ 20일 국내 첫 개막 오디션 거쳐 女주인공에 함께 낙점… 4년 전 ‘시카고’ 록시 이어 두 번째 남자 상대역 홍광호-이충주가 맡아… 물랑루즈, 영화 원작을 뮤지컬 각색 토니상 10관왕 휩쓸며 명작 반열에
뮤지컬 ‘물랑루즈!’의 사틴 역 아이비, 김지우가 “압도적으로 화려하다”고 극찬한 1막 오프닝 장면. 막이 오르고 ‘Welcome to the Moulin Rouge!’가 울려 퍼지면 주인공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CJ ENM 제공
1899년 프랑스 파리의 가장 화려한 클럽 물랭루즈(물랑루즈)가 한국에 상륙한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가 영국 호주 독일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사틴 역 아이비(왼쪽), 김지우(오른쪽). CJ ENM 제공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난 둘은 “오디션에 한국 뮤지컬 여배우들이 모두 지원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안 될 것 같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우는 합격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스무 살 때 영화관에서 본 ‘물랑루즈’의 색채와 충격을 잊지 못해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섹시한 연출법에 매료됐죠.”(아이비)
‘물랑루즈!’는 클럽 최고 스타 사틴과 미국에서 온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홍광호 이충주)의 사랑을 그렸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는 사틴의 캐릭터. 영화 속 사틴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뮤지컬에선 재정 위기에 처한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인물로 그렸다. 또 사틴과 크리스티안, 몬로스 공작(손준호 이창용)의 삼각관계가 영화보다 더 팽팽하다.
“뮤지컬 속 사틴은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여요.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에 선 다음 내리막만 남은 스타라 마냥 순수하긴 힘들죠.”(김지우)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몬로스 공작도 충분히 섹시하고 매력적입니다.”(아이비)
“브로드웨이에서 1막 오프닝을 보는 순간 ‘와, 이게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돈 냄새 물씬 난다!’ 싶었어요. 여러 대작을 경험했지만 이 뮤지컬은 화려함의 수준이 달라요. 의상과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예요.”(아이비)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사틴은 160분 공연 중 갈아입는 옷이 16벌이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촘촘히 박힌 드레스 한 벌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둘은 의상 제작을 위해 호주 애들레이드를 방문했다.
“신기한 건 코르셋이에요. 노출 많은 의상을 입고 춤추는데 속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관객들이 노출에 시선을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래요. 이 정도 디테일은 처음입니다.”(김지우)
‘물랑루즈!’엔 ‘캉캉’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부터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음악까지 16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70여 곡이 담겼다. 아델, 리애나, 비욘세, 마돈나 등이 부른 명곡을 매시업(여러 곡을 조합해 한 곡을 만드는 기법)하는 방식이다. 1막 마지막 곡 ‘Elephant Love Medley’에만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등 21곡이 담겼다. 기존 노래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노래방에서 부르던 명곡을 무대에서 부르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빨리 관객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아이비)
20일∼내년 3월 5일, 9만∼18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