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안전지대로]〈하〉 경기주택도시공사, 6월 시범 도입… 건강상태-공사현장-기상상황 분석 작업 위험도 측정해 모바일로 안내… 위험도 60%이상 시 즉시 안전조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안전품질단 직원들이 5일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건설현장 사무실에서 ‘스마트안전관제시스템’으로 작업자의 위험도를 체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사고 가능성을 측정한 후 현장 작업자 등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경기주택도시공사 제공
“오늘 위험도 예측 결과는 주의(50.5%)입니다. 안전한 작업, 보람찬 하루 되시길 빕니다.”
5일 오전 6시 50분경 경기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A5블록 공공주택 현장에 승아전기 김대희 차장(50)이 출근하자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 차장은 이날 간단하게 몸을 풀고 안전교육을 받은 뒤 오전 7시 반부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공사를 진행했다.
김 차장은 “어제는 타워크레인으로 물건을 옮기는 곳에서 작업했는데 위험도 60%가 나왔다”며 “매일 작업 전 일하는 현장의 위험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안전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 ‘스마트안전관제시스템’ 도입
A5블록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민간업체와 함께 시행 중인 공사 현장이다. 올 6월 ‘스마트안전관제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전경철 GH 안전운영부장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건설현장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공사 현장 중앙통제실에선 관리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150여 명의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시공사 대우건설의 한상용 과장은 “작업자 위험도는 정상(0∼50%) 주의(50∼70%) 경고(70∼90%) 위험(90∼100%)으로 분류되는데, 위험도가 60%를 넘으면 현장 관리자들이 곧바로 안전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8분경 엘리베이터 내부 전기배선 작업을 하는 작업자의 위험도가 60.6%가 되자 곧바로 관리자가 투입돼 사다리 최상부 작업을 금지시키고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앱에 반영하자 위험도가 5%포인트 내려갔다.
김병욱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사고 대응과 사후 관리가 아닌 사고 예측과 예방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들이 안전규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H 본사 안전품질단에서도 수시로 공사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안전 상황을 체크한다.
이 현장에선 건설안전기술사와 산업안전지도사가 참여하는 특별점검반 운영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주요 점검사항은 △화재·질식 사고 및 붕괴 추락 사고 예방 조치 △보와 기둥의 시공 안정성 등이다. 특별점검반에 참여했던 김경선 한국건설안전공사 본부장은 “작업자와 관리자가 공사 현장에서 미처 살피지 못하는 작업 환경을 외부 시각에서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안전 DNA’ 협력사에도 심는다
GH는 협력사에도 ‘안전 DNA’를 심기 위해 노력 중이다.GH는 올 2월부터 민간 건설공사 계약 상대자가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안전계약 특수조건’을 전국 도시개발공사 중 처음 만들어 계약에 반영하고 있다. 특수조건의 주요 내용은 △안전준수 의무 부여 △안전보건관리 준수 서약서 확인 △사전 안전작업 계획 수립 △공사기간·비용 적정 계상 △안전교육 등 보건조치 이행 및 미흡 시 제재 등이다.
특수조건에 따르면 시공사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관련 인건비와 시설비, 장비구입비, 보건교육비 등을 지출할 경우 당초 계획보다 최대 60% 더 정산해 주도록 했다. 신재한 GH 주택사업2부장은 “A5블록의 경우 당초 공사비가 838억 원이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14억 원이 책정됐지만 안전시설비 등을 추가하면 22억 원까지 쓸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GH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지침도 변경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120억 원 미만의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를 겸임으로 둘 수 있는데, 소규모 현장에서도 안전관리자를 전임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GH 전형수 부사장(사장 직무대행)은 “안전은 최우선 가치로 타협 불가능한 원칙”이라며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모든 현장에 퍼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