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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모래폭풍에 길 잃은 ‘티키타카’

입력 | 2022-12-08 03:00:00

[WORLD CUP Qatar2022]모로코, 무적함대 스페인 꺾고 8강
유효슈팅 1개만 허용 ‘짠물 수비’… 승부차기선 야신 부누 선방 빛나
조별리그서도 실점은 자책골뿐
유럽파 20명 중용, 철옹성 쌓아



모로코 선수단이 7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0-0 무승부 후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을 확정하자 기뻐하고 있다. 모로코는 이날 승리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알라이얀=AP 뉴시스


아무리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모로코는 빠른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 축구를 펼치는 랭킹 7위 스페인에 연장전까지 단 1개의 유효슈팅만 내주는 철벽 수비를 펼쳤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거함’을 무너뜨렸다.

모로코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번까지 6번째 월드컵 무대에 오른 모로코의 사상 첫 8강 진출이다.

스페인과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1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모로코는 철저하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스페인은 짧은 패스를 통해 모로코 수비라인을 뚫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막혔다. 전반에 스페인이 기록한 슈팅은 단 1개.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스페인이 기록한 가장 적은 전반전 슈팅 수였다. 모로코는 볼 점유율과 패스가 각각 22%와 323개로 68%와 1041개를 기록한 스페인의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다. 스페인은 연장까지 슈팅 13개를 날렸지만 골대로 향한 것은 단 1개에 그쳤다. 그 정도로 모로코의 수비벽은 두꺼웠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47)의 계획된 작전이었다. 라크라키 감독은 승부차기 승리 뒤 “견고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고 확실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우리는 프랑스나 독일, 잉글랜드와 같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볼 점유율로 경쟁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마술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잡은 공을 빼앗기 어렵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세르히오 부스케츠, 페드리, 가비 등 미드필더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고심했다”고 덧붙였다. 라크라키 감독은 “내 계획대로 되면서 승부차기까지 갔다”며 “승부차기는 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야신 부누처럼 뛰어난 골키퍼가 있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비야FC에서 뛰는 부누 골키퍼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자책골로 1골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라크라키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 만든 승리인 셈이다.

라크라키 감독은 9월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감독(70) 후임으로 모로코 지휘봉을 잡았다. 모로코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할릴호지치 전 감독은 핵심 선수인 하킴 지야시, 누사이르 마즈라위 등과 갈등을 빚자 대표팀에서 배제해 논란을 일으켰다. 모로코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며 부임한 라크라키 감독은 유럽 리그에서 뛰는 20명을 주축으로 ‘짠물’ 축구를 구사했고 사상 첫 월드컵 8강이란 성과를 냈다. 모로코는 월드컵 전 치른 3차례 평가전에서 2승 1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2승 1무를 기록했다. 6경기에서 단 1실점 했다. 코스타리카를 무려 7-0으로 대파하는 등 조별리그에서 9골을 터뜨린 스페인도 모로코의 짠물 축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모로코는 11일 0시 8강에서 포르투갈을 넘으면 아프리카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다.




알라이얀=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