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디폴트옵션 시행후 수익률 향상 증시 흔들려도 납입금 되레 늘어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누리는 ‘연금 백만장자’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 겨울마다 플로리다, 하와이 등 따뜻한 남부로 여행 와 장기간 머무는 은퇴자들을 철새에 빗대는 ‘스노버드(Snowbird)’란 용어가 있을 정도다.
이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미국의 퇴직연금 ‘401K’가 은퇴자들의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401K는 1981년 도입됐다. 지지부진하던 가입률과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2006년 연금보호법 제정으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연금 가입자와 자산 규모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0년 1조7380억 달러(약 2295조 원)였던 401K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7조7250억 달러(약 1경200조 원)까지 급증했다.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 달러 이상을 적립한 연금 백만장자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의 고객 가운데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가 넘는 가입자는 지난해 말 44만2000명을 넘겼다.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증시 하락 등의 여파로 규모가 줄었지만 6월 현재 여전히 29만4000명이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의 이병선 퇴직연금 디렉터는 “미국 주식의 장기 수익률이 높은 데다 퇴직연금 제도가 빨리 정착한 덕분에 연금 부자가 많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