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다비드’, 1501∼1504년.
비교할 수 없이 힘센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을 빗댈 때 ‘다비드(다윗)와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다비드는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을 맨몸으로 맞서 싸워 이겼다. 소년이 가진 무기라곤 신념과 돌멩이 다섯 개뿐. 거인의 머리에 돌이 명중한 덕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다비드와 골리앗 이야기는 서양 미술에서 인기 있는 주제였다. 많은 미술가들이 작품으로 남겼는데, 그중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가장 유명하다.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다비드상은 오늘날의 눈으로 봐도 여전히 놀랍고 파격적이다.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다비드상이 처음 세워진 건 1504년. 미켈란젤로가 29세 때였다. 그는 카라라 채석장에서 가져온 거대한 돌을 쪼고 깎아내 3년 만에 완성했다. 그러니까 미켈란젤로의 20대 시절 작품인 것이다. 높이는 무려 5m가 넘는다. 당대 다른 조각가들이 만든 다비드상은 기껏해야 실제 사람 키 정도였다.
다비드를 묘사한 방식도 파격적이다. 청년 조각가는 이상화된 인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과감하게 누드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미술가들은 다비드가 골리앗을 쓰러뜨린 후 목을 벤 모습, 즉 승리한 장면을 그린 반면 미켈란젤로는 싸우기 전의 모습을 묘사했다. 무릿매를 어깨에 멘 소년은 겁나지만 용기를 내는 중이다. 찌푸린 미간과 꽉 다문 입술, 팽팽한 몸의 근육 등 긴장한 소년의 모습이 생동감 넘친다. 다비드상은 공개되자마자 나라를 구한 애국심의 상징이자 자유 수호의 상징이 되었다. 현재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다비드상은 가짜다. 1910년 대체된 복제품으로 원본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