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22]동아비즈니스포럼 석학들 강연
“약하지만 확실하게 전해지는 신호를 예민하게 포착하라. 이 신호가 혁신의 씨앗이 될 것이다.”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2’에 기조 연사로 참석한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이같이 강조하며 “많은 기업이 현재 성과를 내는 데만 주력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사 대비 미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는 ‘3박스 솔루션(The Three-Box Solution)’이 제시됐다. 기업의 현재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첫 번째 박스와 기존의 지배적 규칙을 의도적으로 지워가는 두 번째 박스,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전담팀을 구축해 혁신을 키우는 세 번째 박스로 구분해 조직 내 프로젝트를 관리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세 번째 박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채용 및 운영 방식을 확 바꿔 일종의 ‘별동부대식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조직이야말로 기존 조직의 논리에 간섭받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차근차근 육성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자율차가 車산업 뒤바꾸듯, 획기적 혁신만이 미래고객 잡아”
고빈다라잔 美다트머스대 교수
길더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 창립자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2’에서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가운데 왼쪽)가 김한얼 가천대 경영대 교수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많은 청중이 참석해 연사와 직접 소통했다. 메인 포럼을 비롯해 부대 행사로 열린 ‘동아럭셔리포럼’ ‘AI·빅데이터 포럼’에는 약 2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2’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잘하고 있는 핵심 사업뿐 아니라 핵심 사업을 해체할 수도 있는 신사업 전략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베스트 프랙티스를 창조하라
경기 침체와 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핵심 사업의 성과를 개선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해 고빈다라잔 교수는 “미래의 시장, 고객,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와 완전히 달라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성공 공식을 필요로 한다”며 “기존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좇지 말고, 새롭게 창출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신흥국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다. 그는 2008년 제너럴일렉트릭(GE) 헬스케어의 최고 혁신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휴대용 심전도 검사 기계를 개발한 경험을 공유했다. GE가 기존에 미국 병원에 판매하던 심전도 검사 기계는 1회 검사 비용이 200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싼 데다 무게가 수백 kg에 달해 인도의 시골에 사는 가난한 국민 대다수는 활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GE는 비용을 2000분의 1 수준인 10센트만 지불하면 누구나 손쉽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했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비고객인 인도 국민을 고객으로 만듦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라며 “미래 고객은 현재 고객과 완전히 다르다고 가정해야 획기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을 추진하려는 기업의 리더에게 A4용지 1장으로 전략을 요약해 구성원을 설득하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연간 계획을 짤 때 현재 사업에 자원의 50∼70%를, 인접 사업에 20∼30%를, 핵심 사업을 완전히 해체할 수 있는 사업에도 10∼20%의 자원을 투입하라”고 조언했다.
○ GRIDS로 메타버스 선점해야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비즈니스포럼에 ‘구글의 종말, 책의 저자인 조지 길더가 연설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길더 창립자는 구글로 대표되는 빅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는 데이터 보안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 데이터를 광고 등에 활용하는 비즈니스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 정보의 주권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암호화를 통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블록체인이 빅데이터 플랫폼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