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2022.11.11/뉴스1
많은 박수를 받았던 ‘벤투호’의 시간은 끝났다. 축구는 계속되고 다음 월드컵은 금방 찾아온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4년 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투 감독 이전까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많은 관심 속에 조금이라도 성적이 부진하면 경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눈높이는 올라갔고, 이를 충족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인범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2.12.3/뉴스1
벤투 감독은 보수적인 선수기용과 유연하지 못한 전술 등으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 어린 눈초리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모두의 예상을 깨는 그림이 펼쳐졌다.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점유율을 통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빌드업 축구’를 강팀들을 상대로도 당당하게 구사했다.
우루과이(0-0 무), 가나(2-3 패)를 만나 물러나지 않으며 맞섰던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우승후보급 포르투갈을 2-1로 잡아내며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단순히 우연이 아닌,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면서 거둔 성과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제 벤투 감독과 결별한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지도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의 성공을 지켜본 협회는 긴 호흡을 통해 차기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고민하고 있다. 도하에서 만났던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도 자기 색깔을 낸 벤투 감독의 성공을 바라보며 사령탑 선임에 있어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공감하고 있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1대 4로 패배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응원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2.12.6/뉴스1
이번 대회에서 커리어 3번째 월드컵을 보냈던 김영권(울산)은 뼈 있는 말을 전했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를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벤투 감독이 4년 4개월의 시간에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것처럼 장기적인 구상과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유능하고 뚝심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려줘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한순간에 ‘뚝딱’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보여줬다.
(도하(카타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