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미국에 대규모 추가 반도체 투자를 결정하면서, 불황기에도 반도체 설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파운드리는 수주 기반 산업으로, 생산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통한다. 업계 1위가 공격적 투자에 나선 만큼 2030년 파운드리 업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의 투자도 더 과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6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장비 반입행사에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기존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까지 3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는 인텔도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꾸준한 투자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 10월 인텔은 PC 수요 축소에 따른 실적 악화와 경기침체 우려에 대비해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반면 투자 확대 기조는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 켈러허 인텔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예산은 줄이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자신했다. 켈러허 부사장은 “인텔은 분기별 목표(마일스톤)를 달성하거나 또는 그 이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우리는 완전히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졌으나, 현재 4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4나노 공정은 TSMC가 이번 미국 피닉스 공장에 적용하는 생산 기술과 유사한 수준이다.
초미세공정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고심이 커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TSMC가 이날 피닉스 공장의 장비 반입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2026년부터 애리조나 2공장을 가동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그동안 고객사 확보를 통해 생산 계획을 확정한 뒤 투자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미국 내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한 한 발 앞선 공격적 투자 결정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향후 시장 수요와 연계한 탄력적인 설비 투자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쉘 퍼스트(Shell First)’ 라인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