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부통령이던 디나 볼루아르테(60)가 대통령이 되면서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페드로 카스티요(53) 전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하자 의회가 나서 대통령을 탄핵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AF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페루 수도 리마에서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 절차와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 취임 행사가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탄핵한지 2시간도 안돼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전임 대통령의 의회 해산 시도를 비판하며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제게 필요한 책임을 인식하고 대통령직을 떠맡게 됐다‘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이날부터 카스티요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6년 7월26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좌파‘ 성향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앞서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여소야대 의회를 강제 해산하고 통행금지령을 부과하며 비상정부를 수립해 대통령령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1992년 4월 ’우파‘ 진영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당시 정부와 군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의회 해산한 것과 사뭇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이번 의회는 물론 군, 헌법재판소 그리고 일부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환경·재무·외교·법무부 등 일부 장관들은 줄사임했고 군대는 어떠한 헌법 질서 파괴 시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탄핵 사유는 헌법상 ’영구적 도덕적 무능력‘(permanent moral incapacity)이다. 의회는 그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총 6번 검찰 조사, 다섯차례 개각 그리고 대규모 시위 등을 포함한 일련의 위기를 맞이한 데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이 같은 사유로 그간 수차례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고 무산됐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 딸 후지모리 게이코를 상대로 50.12%로 당선됐다. 그는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24년간 시골학교 교사를 지내온 이력으로 정·재계 엘리트 출신 아닌 첫 대통령으로 주목받아왔다.
’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 선서와 달리 그는 재임 기간 중 뇌물수수, 공무집행방해, 대학 논문 표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자기 가족과 측근들이 연루된 범죄 조직을 이끌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자신을 축출하려는 음모라며 해당 혐의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