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원장이 병원 옥상에 마련된 인조잔디구장에서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한 그는 한국 나이 예순에도 철저하게 몸을 만들어 매 주말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며 골을 낚아내고 있다. 서동원 원장 제공
양종구 기자
올해로 한국 나이 예순인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매 주말 축구하는 재미로 산다. 선수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공을 차면서 희망을 키웠고 지금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을 다지기 위해 공을 찬다.
“고려고 2학년 때 축구하다 골키퍼와 부딪쳐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졌어요. 대학 땐 공부한다고 축구를 못 했지만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재활의학 전문의 과정을 할 때 다시 축구를 시작했죠. 그때부터 축구는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전방십자인대 부상 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무릎이 썩 좋지 않았다. 서 원장이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고려대구로병원에서 근무할 때 직원 축구팀에 가입해 활동했다. 영상의학과, 임상병리학과, 원무과 직원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의사로 유일하게 공을 찼다. 그는 “당시 26경기 연속 골을 넣었는데 아직 전설로 통한다”고 했다. 1997년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으로 2년간 연수를 갔을 때도 한인축구회에 가입해 축구를 계속했다.
2004년 경기 성남시에 바른세상병원을 개원한 뒤 성남시의사회축구단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2년 뒤 ‘바세(바른세상병원) FC’를 창단했다. 그는 “처음엔 직원이 11명이 안 돼 축구팀을 만들 수 없었지만 30명 가까이 되면서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성남시의사회장기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등 지역 병원 팀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바세 FC는 올해 성남시 보건의료인 축구대회에서 9회 연속 우승할 정도로 최강을 자랑한다. 서 원장은 고려대 1982학번축구팀에서도 활약하고 있고 고대축구연합회 회장까지 맡아 ‘고대 OB 축구리그’를 이끌고 있다.
서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축구광이다 보니 지난해 3월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에 선임됐다. 2005년 네덜란드 20세 이하 월드컵 주치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수단 주치의 경험을 살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엔 사상 최초로 주치의를 2명 파견했다. 그는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 전력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정형외과 전문의와 재활의학 전문의를 함께 보냈다”고 했다.
“11명이 단 하나의 목표, 골을 넣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게 축구의 매력입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느꼈겠지만 한국 선수들이 포르투갈과 브라질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싸울 때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하나가 돼 응원합니다. 축구는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죠.”
이런 축구정신이 병원 운영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 원장은 2018년 한국경영학회를 포함해 40여 개 경영학 관련 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강소기업가상’을 수상했다. 병원 경영자가 이 상을 탄 것은 처음이었다.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병원 전체가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 원장도 주말에 공을 차기 위해 매일 몸을 관리한다. 병원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집에서도 하체 근육을 단련시키는 기구를 마련해 놓고 틈만 나면 땀을 흘린다. 병원 옥상에 마련된 인조잔디구장에선 볼 다루는 훈련을 한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면서 탄탄한 몸매를 갖추고 있는 이유가 이런 노력의 결과다. 서 원장의 포지션은 붙박이 중앙공격수. “젊었을 땐 좌우 날개 공격수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이젠 몸조심하며 골만 낚아낼 때”라며 웃었다.
“골 넣어 보셨어요? 골 넣은 순간엔 저도 한국 최고의 선수 손흥민이 됩니다. 이건 골을 넣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서 원장의 마음은 벌써 축구장에 가 있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