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녀를 데리고 동토산에 올라, 슬픔에 잠긴 채 사안(謝安)을 애도하다.
오늘 내 기녀는 꽃처럼 달처럼 이쁘건만, 저 기녀 옛 무덤엔 마른풀만 싸늘하다.
꿈에서 흰 닭을 본 후 세상 뜬 지 삼백 년, 그대에게 술 뿌리니 우리 함께 즐겨 봅시다.
그대는 그대대로 한세상, 나는 나대로 또 한세상.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는 세월, 새삼 신기해할 게 뭐 있겠소?
(攜妓東土山, 悵然悲謝安. 我妓今朝如花月, 他妓古墳荒草寒. 白雞夢後三百歲, 灑酒澆君同所歡. 酣來自作靑海舞, 秋風吹落紫綺冠. 彼亦一時, 此亦一時, 浩浩洪流之詠何必奇?) ―‘동산에서 부르는 노래(동산음·東山吟)’ 이백(李白·701∼762)
동진(東晉)에서 재상을 지낸 사안(謝安). 그는 여러 차례 조정의 부름을 받고도 한사코 거절하며 동산에 묻혀 지냈는데 후일 재상직을 맡아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 은거하든 관직에 있든 그는 음주와 시, 기녀, 자연 등과 더불어 풍류를 즐긴 것으로 유명했고 뭇 사대부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