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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소녀 구했던 군견 달관이 ‘전역 멍 받았습니다’

입력 | 2022-12-09 03:00:00

3년전 구조 조은누리양 은퇴식 참석
9년여 군생활… 사람 나이 70대 고령
은퇴후 기존 32사단서 제2의 ‘견생’



8일 육군 32사단 기동대대에서 열린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에서 달관이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조은누리 양과 부모가 달관이 및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 제공


2019년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실종된 조은누리 양(당시 14세) 수색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수컷 셰퍼드 군견 ‘달관이’가 8일 전역했다. 통상 은퇴식은 여러 군견을 모아 통합 행사로 진행되지만 육군 32사단 장병들은 직접 이날 은퇴식을 마련했다.

세종에 위치한 기동대대에서 열린 이날 은퇴식엔 3년 전 달관이가 구조했던 조 양과 가족들도 자리했다. 달관이는 이날 3년 만에 만난 조 양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응시했다고 한다. 조 양의 아버지 한신 씨는 “달관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우리 가족도 없다”고 전했다. 한신 씨는 은퇴식에서 손수 작성한 편지를 낭독하며 감정이 복받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달관이를 위해 장병들은 제2의 인생을 축복하는 꽃목걸이를 선물했다.

달관이는 3년 전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가족과 등산에 나섰다가 실종된 조 양 수색을 위해 군경 등 7000여 명이 나섰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던 상황. 박상진 원사와 함께 달관이는 실종 열흘째 되는 날 야산을 헤집고 다니다 조 양의 체취를 맡았다. 이어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하는 ‘보고 자세’를 취했고, 그 위치에서 3m 떨어진 바위 구석에서 조 양이 발견됐다. 당시 수색작전에 큰 공을 세운 달관이를 위해 경찰은 15만 원 상당의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조 양 수색작전을 포함해 실제 작전에 12회 투입된 달관이는 2012년생으로 올해 나이 10세다. 2013년 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훈련을 받고 그해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사람으로 치면 70대 고령으로 수색능력엔 문제가 없지만 매년 받는 건강검진 결과에 골반이 좋지 않다는 진단이 나와 전역이 결정됐다.

한때 달관이는 ‘탈영견’이기도 했다. 2014년 군견교육대로 보충교육을 받으러 가던 달관이는 중부고속도로에서 군용트럭의 철망을 뜯고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인근 야산에서 생포됐다. 이후 달관이는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군견 훈련소 보수교육에서도 매년 종합성적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군 생활에 매진했다고 한다.

9년여의 군 생활 동안 달관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은 총 9명.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와 함께한 김민수 일병은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군 관계자는 “은퇴 후 달관이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지만 기존 32사단 기동대대에서 전우들과 제2의 ‘견생’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