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Qatar2022] 평균 8.3km 움직이며 4.8km 걸어… 함께 뛰는 데폴은 11km 질주 ‘최장’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메시는 걸으면서 상황 읽고 공간 찾아내”
리오넬 메시
“관심 없는 척 서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레전드 센터백이었던 리오 퍼디낸드(44)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호주와의 경기 내용을 설명하면서 “어느 위치에서든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메시와 다른 선수들 간의 차이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왼쪽부터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수프얀 암라바뜨, 프렝키 더용
이렇게 뛰고도 메시는 4경기에서 모두 19번의 슈팅을 날렸고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슈팅, 득점, 도움 부문 모두 아르헨티나 대표팀 내 1위다. 메시가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설렁설렁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장 전체를 구석구석 살피면서 어느 틈엔가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자리에 가 있는 것이다. 모이를 찾는 새처럼 경기 도중 끊임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대는 메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51)은 메시의 ‘걷는 축구’를 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큐멘터리 ‘이것이 축구다’에서 “메시는 안 뛴다. 그저 상황을 읽는다”면서 “하지만 걸으면서도 고개는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의 약한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한다”고 했다. 또 “5∼10분만 지나면 메시 머릿속엔 경기장 전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자신이 어디로 가야 공간이 더 생길지를 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로드리고 데폴(28)은 메시의 ‘걷는 축구’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미드필더다. 키 180cm의 데폴은 169cm의 메시 가까이에서 뛰며 상대를 압박하고 메시에게 태클이 들어오면 달려가 공을 다시 빼앗는다. 이 때문에 붙은 별명이 ‘메시의 보디가드’다. 데폴은 “경기할 때마다 메시의 체력을 최대한 아끼고 메시가 움직일 공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우리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했다. 데폴은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총 44.1km(경기당 11km)를 뛰었는데 아르헨티나 대표팀 중 가장 많았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데폴이 메시와 패턴 플레이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치고 올라가면 옆에 있던 메시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침투할 공간을 갖게 된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