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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中 식당마다 ‘PCR 지침’ 달라 혼선… “최대 90% 감염될 것” 약 사재기

입력 | 2022-12-09 03:00:00

제로 코로나 폐기 선언 中 현장 르포
일부선 “드디어 봉쇄정책 끝나” 환호
주중 美대사 “음식 등 물품 비축 권장”



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이 점심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다. 전날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이용객이 저조한 상황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고집해온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선언한 다음 날인 8일. 여러 외국 공관과 사무실 등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 량마차오(亮馬橋) 근처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지난달 초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식당 내 취식을 금지하기 전까지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날도 점심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일부 식당은 여전히 문을 닫았다. 이날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한 한 일식당 매니저는 “쇼핑몰 입장 때 받아야 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 절차는 사라졌지만 쇼핑몰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이내에 받은 PCR 음성 증명 확인이 필요하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없애기로 했다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쇼핑몰 근처에서 만난 20대 천(陳)모 씨는 “정책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바람에 식당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면서 “봉쇄가 풀려 좋지만 당분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퇴진 구호까지 등장한 반(反)정부 ‘백지 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이 7일 급격한 봉쇄 해제 조치를 발표했지만 그에 따른 확진자 폭증 대책이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 “중국인 최대 90% 감염될 수도”
급격한 방역 완화에 확진자 급증이 예상되면서 의약품 사재기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구입 가능했던 감기약들이 8일 오전 대부분 매진됐다. 일부 약국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중국인 허(河)모 씨는 “이제 각자 방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완화했지만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 그림이 없다”고 지적했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중국 내 미국인들에게 “중국이 매우 불확실한 시기에 놓여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음식 등 물품을 비축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공지했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 합동 코로나19 예방·통제 전문가’ 그룹에 속한 핑쯔젠(馮子健) 전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6일 “중국 인구의 6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대 90%까지 감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방역 규제 완화로 보건 체계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올겨울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CNN은 “중국 당국이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에 ‘위드 코로나’ 전환을 시도했다”며 “타이밍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 “백지 시위 성과”엔 환호
그럼에도 시민들은 백지 시위 덕분에 그동안 일상을 파괴하다시피 했던 봉쇄 해제가 이뤄졌다며 반겼다. 량마차오 거리에서 기자와 만난 직장인 류(劉·28)모 씨는 “백지 시위에 대해 들어 알고 있다. 이번 완화 조치는 명백히 시위의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 당국의 보도 통제로 여전히 많은 중국인이 시위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2019년 12월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을 처음 외부에 알린 고 리원량 박사 계정에 누리꾼들이 몰려 “드디어 끝났다” “리 박사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폐지에 8일 홍콩 증시는 3% 이상 급등했다. 다만 상하이 증시는 오히려 0.1%가량 하락해 혼조세를 보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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