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대 의대 중심 국제연구팀, 미국-유럽 등 4개 인종 유전자 분석 유럽인 등 서양 위주의 연구와 달리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 포함 동양인에 맞는 신약 개발 도움 기여
국제공동연구팀이 음주와 흡연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 약 4000개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행위에도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약 340만 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흡연과 음주 행동에 관여하는 약 4000개의 유전자 변이를 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 7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흡연이나 음주를 조절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유럽인이 흡연·음주 관련 유전자 변이 가장 많아
스콧 브리즈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를 주축으로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중국, 한국 등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 미국, 동아시아, 유럽 등 4개 인종으로 이뤄진 60개 코호트(동일 집단)에서 340만 명의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실시했다. GWAS는 질병 등 특정 조건의 유무에 따른 유전체 전반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말한다.
연구팀이 흡연을 시작한 연령과 일주일간 음주 횟수 및 음주 행동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결과 약 3823개의 유전자 변이가 흡연 및 음주 행동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에는 개별 유전자 변이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반면 최근에는 PRS처럼 여러 유전자 변이가 초래하는 결과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연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번 연구도 음주와 흡연에 영향을 주는 여러 유전자 변이를 점수화해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주 교수는 “최근에는 모든 유전적 변이가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전유전자성(omnigenic)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종별로 유전체 차이 커… 동양인 연구 더 필요
이번 연구는 특히 대규모 유전체 연구에서 동양인이 포함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코호트의 20% 이상이 비유럽 혈통이다. 그동안 대규모 유전체 분석 연구 대다수는 유럽인 등 서양인에 한정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병원 치료를 포함한 사회적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유전체 연구에도 많이 노출된다. 특히 질병 관련 유전체 연구는 대부분 병원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인종별로 유전체 차이가 크다는 데 있다. 주 교수는 “같은 서양인 코호트 안에서 질병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의 유전자 차이보다 똑같은 질병을 앓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식”이라며 “유전체를 연구할 때도 이런 차이가 커서 반드시 인종을 분리해 놓고 차이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질병과 약물 반응성 등 특정 조건의 유무에 따른 유전체 요인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기법.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