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오광산, 조선인 2416명 동원 구로베댐도 강제동원 역사 엄연해 日 일람표엔 설명 한 줄도 없어 “조선인도 일본 국민” 억지로 일관
일본 문화청이 관리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잠정 후보군 가운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이 확인된 도야마현 다테야마·구로베 제3발전소(위 사진)와 도치기현 아시오광산. 사진 출처 일본 도치기현·도야마현 웹사이트
“조선인도 당시엔 일본 국민이었으므로 강제로 노역에 동원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올해 9월 새로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꼼수를 쓰고 있다. 니가타현의 사도(佐渡)광산을 ‘금을 중심으로 한 사도광산 유사군’으로 추진 중인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시기를 에도시대인 1867년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한 조선인은 최소 1519명으로 추정된다. 재단 한일문제연구소의 양지혜 연구위원은 “엄연히 강제동원 기록이 남아 있는데, 아예 이 시기를 제외해 논란이나 지적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오광산은 일본 내에서도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죽음의 땅’이란 오명이 붙어 있다. 과거엔 동아시아 최대 구리 산출지로 각광받았지만, 압사나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다. 조선인의 희생도 엄청났다. 1990년 일본 후생성이 발표한 ‘조선인노무자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40년 8월경부터 1945년 일본 패망까지 조선인 노동자 2416명”이 강제로 동원됐다.
다테야마·구로베 댐은 높이가 186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 1936∼1940년 공사가 실시된 구로베 제3발전소에서 약 1000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의 조건 연구위원은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산세가 험준해 산사태 등 재해로 사망자가 많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문화청 세계유산잠정일람표에 올라 있는 2곳은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설명이 단 한 줄도 없다. 게다가 재단이 확인한 결과, 역사 왜곡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일본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는 이미 버젓이 아시오광산을 차기 세계유산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센터를 찾아 현안 실태조사를 벌인 양 연구위원은 “이미 등재를 추진하는 시설을 홍보하고 있어 아시오광산 등이 제2, 제3의 사도광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특히 일본이 군함도와 관련해 여전히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 우려는 더욱 커진다.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3차 이행경과 보고서에서도 강제동원 명시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대산업유산을 이용해 지역 발전을 꾀하는 점은 배울 만하지만, 관련 역사를 은폐하는 건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일본의 은폐 시도에 제대로 반박하고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