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의 덫] 비용 막대… 못 치우면 고발당해 법 개정안 발의 2년째 처리 못해
쓰레기산을 만드는 것을 몰랐던 땅주인에게도 처리 의무가 부과되는 건 ‘폐기물관리법 제48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폐기물을 발생시키거나 관여, 협력한 자’ 등과 함께 ‘폐기물이 버려지거나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까지 폐기물 처리 명령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인 땅주인에게 쓰레기 투기범과 같은 책임을 지운 것이다.
그런데 투기범은 잡기도 어렵고, 잡더라도 이미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경우가 많아 처리 비용을 받아내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라는 확실한 재산이 있어 손쉽게 그 비용을 물릴 수 있는 땅주인에게 쓰레기 처리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도 2011년까지 비슷한 조항이 있었다. 오염된 시설 정화 의무를 과실이 없는 시설 소유자에게도 지운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이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과실이 없는 소유자가 경우에 따라 파산에 이를 정도의 거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판결했다.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폐기물관리법을 담당하는 환경부에 무고한 땅주인의 피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라고 의결했다. 같은 해 국회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단속과 처벌 강화로 폐기물 투기꾼을 엄벌하는 동시에 무고한 땅주인을 면책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20여억 원의 처리 비용을 떠안고 파산 직전에 놓인 피해자 A 씨(50)는 헌재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이렇게 물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들보다 먼저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피해자가 형사 고발되기까지 합니다. 법은 선량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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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