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 3일 콜록거리다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달째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도 커진다.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얼마나 오래 기침을 했는지부터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의 경우 폐 관련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꼭 찾을 것을 당부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 “급성, 만성 여부부터 확인해야”
정 교수는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언제 시작했느냐’이다”고 말했다. 기침이 지속된 시간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기침을 한 기간이 2주 이내인 경우를 급성기로 본다. 기간이 2~8주라면 중간 단계(아급성기), 8주 이상 지속됐다면 만성기로 분류한다. 급성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다. 혹은 이물질을 흡입한 뒤 급성 기침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있다면 열이 날 수도 있다. 단, 이런 경우에도 피를 토하거나 가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푹 쉬면 기침이 사라진다. 다만 급성 기침인데도 피를 토한다면 폐렴일 수 있다. 즉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 밖에 기관지가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폐와 관련된 중증 질환으로 인해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없다가 뒤늦게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아급성기의 감기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기가 원인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2주 이후부터는 감기 양상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8주 이상 지속돼 만성 감기가 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 “기침 동반 증세를 살펴라”
반면 기침할 때 가슴의 어느 한 부위만 특히 아프다면 폐렴이나 늑막염(흉막염)이 원인일 수 있다.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 쿡쿡 쑤시는 느낌의 통증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의 강도가 약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강해질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기침과 뇌질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기침 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목(상기도)에서 나온 기침 소리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반면 기침 소리가 좀 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면 폐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가래가 나온다면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누렇거나 녹색을 띠면서 점도가 높을수록 감염성 질환이나 기관지 관련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 심하다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 잠을 자던 중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깰 때도 있다. 이런 발작적인 기침은 주로 침이나 다른 물질을 잘못 삼켜서 발생한다. 원래는 잠을 잘 때 침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부위가 덮어준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 “예민해진 목구멍이 기침 원인일 수도”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그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목의 예민도가 높아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한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자주 기침을 하다 보니 목구멍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무관하게 목의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도 기침을 자주 한다. 이 경우 조금만 자극해도 기침이 발생한다. 심지어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도 공기가 기도를 자극한다. 만약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힘을 줘서 말하면 예민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목에 자극을 줘도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발작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침은 원인 질환을 밝혀내고, 그 질환을 고치면 해소된다. 하지만 목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기침을 자극하는 원인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령 선풍기 바람만 맞아도 기침을 한다면 가급적 찬 바람을 피해야 한다. 헛기침을 자주 한다면 헛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말을 줄이거나, 말을 할 때도 톤을 낮춰야 한다.
‘치명적인 병’ 될 수 있는 폐렴, 이런 증상땐 병원 찾아야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눈다. 대체로 감염성 폐렴의 비율이 높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가 늘어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도 발생한다. 대체로 구토와 설사, 근육통,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폐를 싸고 있는 막까지 침투하면 가슴 통증도 생긴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폐렴 여부는 흉부 X선 촬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폐렴을 유발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증이라면 1, 2주 정도면 상태가 호전된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미생물의 종류, 폐렴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폐렴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어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체온을 자주 측정하는 등 항상 상태를 살펴야 한다. 페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정 교수는 “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폐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