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AP 뉴시스
‘세기의 딜’로 불리는 690억 달러(90조 원)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액티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8일(현지시간) 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MS가 자체 게임 플랫폼인 ‘엑스박스’에 블리자드 외 경쟁사 게임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앞서 올해 1월 MS는 90조 원을 들여 ‘스타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로 유명한 게임업체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역사상 소비자 관련 정보기술(IT) 산업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MS는 블리자드 인수로 단숨에 텐센트, 소니에 이은 세계 3위의 게임사로 발돋움하고, 향후 메타버스 시대를 선점하려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FTC의 MS-블리자드 인수 제동은 강력한 빅테크 규제론자인 리나 칸 위원장이 빅테크 플랫폼 기업간 합병을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칸 위원장은 작년 6월 부임 후 빅테크 뿐 아니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FTC의 압박으로 미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로켓 엔진 제조사인 에어로젯 로켓다인의 인수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도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포기했다. 최근에는 메타가 VR앱 개발사 위드인 인수를 두고 FTC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