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물론 요즘 골목엔 예전의 정취가 없다는 푸념도 많이 들립니다. 시대가 변하듯 골목도 변했죠. 요즘 골목이 옛날 골목같이 안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차도 많이 다니는데다 주차장처럼 됐기 때문이죠. 주차구역 선이 그려지며 ‘골목다움’을 잃었습니다. 좁아요. 어렸을 때 골목길은 광장 같이 느껴졌습니다. 몸집이 작은 어릴 때이기도 했지만 그때는 주차된 차들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방범·주차 위반 CCTV 등도 곳곳에 있어 더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그 덕분에 범죄가 줄었지만요. 골목이 오직 이동만을 위한, 지나치는 공간이 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골목은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임에는 분명합니다.
2019년 5월 서울 돈의문박물관 / 동아일보DB
도심 재개발이 끝나면 피맛골이 사라지고 아케이드로 바뀌어 있죠. 시장도 캐노피를 덮어 날씨를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요즘 ‘*리단길’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들은 여전히 골목의 몫이지만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기획·개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자연 발생적인 골목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2019년 6월
2020년 5월
2021년 2월 ‘더현대서울’ / 동아일보DB
사진출처 로이드 홈페이지
미국의 한 연구소가 성과가 뛰어난 연구원들의 업무 패턴을 분석했는데,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무실 밖에서 연구와는 관련 없는 직원들을 만나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내식당, 탕비실, 복도, 엘리베이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를 즐긴다는 겁니다. 가장 실적이 좋은 연구원은 환경미화원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며 근무시간에 ‘쓸 데 없는’ 잡담을 많이 했음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이질적인 것들과 교류할 때 ‘스파크(불꽃)’ 이 튄다고 하죠.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접촉하며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시야가 넓어지겠죠. 요즘 공유 오피스의 로비는 매우 수다스런 공간이라고 하는데 맞는지요?
‘복도’가 대신하고 있는 현대의 골목도 ‘익명의 자유’를 넘어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얽히고설키며 융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
2022년 11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