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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음 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금리를 한 번에 두 계단인 0.50%포인트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빅 스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인들의 관심도 모여들고 있다. 주된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최신 물가와 이에 따른 최종금리 조정 폭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13~14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한국 시간으로 15일 새벽 4시쯤 미국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발표가 이뤄진다.
올들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고공 행진을 이어 왔다.
지난 1월 7.5%부터 시작해 3월 8.5%에 이르더니 6월에는 9.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7월 8.5%, 8월 8.3%, 9월 8.2%로 석 달 연속 8%대를 기록하다가 10월 7.7%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11월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느냐, 높게 나오느냐에 따라 FOMC의 판단은 갈리게 된다.
현재 시장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물가 상승률은 전달보다 낮은 7.3%로 예상된다. 이에 연준은 금리 인상 폭을 종전의 0.75%포인트에서 한 단계 낮춘 0.50%포인트로 갈음할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달 30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을 고려할 때 12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폭은 0.50%포인트로 낮아질 것”이라며 “속도 조절 진입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연준의 이번 빅 스텝 전망에는 시장 내 이견이 별로 없다.
초미의 관심사는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나오는지다. 만일 시장 예상치인 7.3%를 밑돌면 연준의 긴축 태도 완화 기대에는 탄력이 붙는다. 반면 7.3%를 웃돈다면 연준의 긴축 태도는 내년에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립적일 것으로 보이나 만약 이를 상회할 경우에는 연준의 긴축 우려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석 달에 한 번씩 FOMC 정례회의 이후 점도표를 공개하는데 여기엔 연준 위원 18명이 이번 금리 인상기 때 얼마나 높은 금리를 찍고 내려올 생각인지를 보여주는 최종금리 예상 수준이 나타나 있다.
점도표는 최종금리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한 질문도 다루지만, 특히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이 이 최종금리 전망의 변동이다.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금리가 4.5~5% 사이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시장은 점도표 상 최종금리가 4.75~5.25%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 빅 스텝 또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 속도를 늦추되 긴축의 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길게 가져 갈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5%대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경우 내년 1분기까지도 추가적인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와 크게 차이 나는 7% 수준의 물가 오름세, 급속한 긴축이 무색하게 뜨거운 고용, 여전히 높은 임금 상승세 등이 대표적이다.
전 연구원은 “미국의 늘어난 임금은 경기 위축 국면의 소비를 지지해 주면서 완만한 경기 침체를 유도하겠지만 임금-물가의 악순환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소 모순적인 시그널을 준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 동결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번 점도표에서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5% 선을 넘으면 한국은 곤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받는 금리 인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의 3.75~4.00%와 비교해 상단 기준 0.75%포인트로 역전돼 있다. 보통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야 정상인데, 지금은 우리가 미국보다 ‘돈값’을 덜 치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은은 앞서 용인할 수 있는 한·미 금리차로 1%포인트 내외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금리를 미국처럼 높이진 못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들의 최종금리 기대 수준이 3.50% 정도라고 설명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조금 더 이어지더라도 국내 최종 금리 레벨은 3.50% 내외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한은이 연준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국내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국내 금융불안이나 경기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은 제한된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최종금리가 5%를 넘어 5.25%만 돼도 한은의 최종금리와 1.75%포인트 격차가 나는 셈이다.
이에 고심이 깊을 이창용 총재의 입에 시선이 쏠린다. 이 총재는 15일 오전 11시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생방송 토론회에 나선다. 한은 총재의 첫 생방송 토론회 출연이다. 마침 연준의 금리 결정이 나온 직후여서, 이 총재가 새해 새로운 불확실성을 눈앞에 둔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