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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상위권 ‘이과 쏠림’ 계속…수학 1등급 93%가 미적분·기하

입력 | 2022-12-11 14:11:00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가 9일 배부됐다. 뉴시스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영역 최상위권의 ‘이과 쏠림’이 계속됐다.

11일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87개 고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93.4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분이나 기하는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에서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주로 이과생이 응시한다.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비율은 6.5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학 1등급에서 ‘이과 쏠림’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조사 결과 2022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비율은 94.20%였다.

올해 수능 국어 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언어와 매체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해에는 1등급 가운데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70.88%였으나 올해는 85.58%로 15%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도 이날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올해 고3 수험생과 졸업생 496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가운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88.9%로 지난해(85.3%)에서 소폭 상승했다. 국어 1등급 중에서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이 72.1%로 지난해 65.0%에서 7%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이과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대학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도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 사회탐구의 표준점수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주요 대학의 탐구 비중은 국어, 수학에 비해 낮다”며 “고득점 구간대에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학 1등급을 ‘싹쓸이’ 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특정 선택과목 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서울중등진학연구회)는 “통합수능 점수 산출 방식에서는 원점수가 동일하더라도 집단 평균 원점수가 높은 선택과목을 택한 학생이 유리하다”며 “인문계열 지망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