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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원 ‘은마 재건축위 집 앞 시위’ 제동… 민폐시위 퇴출시킬 때

입력 | 2022-12-12 00:00:00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의 모습. 뉴스1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일부 주민이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벌여온 ‘민폐 시위’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재건축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자택 100m 이내에서 마이크나 확성기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가 금지됐다. 모욕적 내용의 현수막이나 피켓도 철거해야 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사적 공간인 주택가에서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시위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밝혔다. 집회의 자유가 아무리 헌법상 권리라고 하더라도 다른 헌법상 권리인 주거지에서의 휴식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때 370여 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거나 동시에 소리를 질러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청인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시위 장소가 시위의 목적과 부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건축추진위는 GTX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닌 정 회장의 자택 앞을 시위 장소로 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번 집회 목적과 연관성이 극히 낮고, 자택 부근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시위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집회의 자유 중에 하나지만 집회 장소가 시위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곳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다.

최근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자택 앞 시위가 크게 늘었다. 헌법기관장이나 외교 사절의 자택을 제외하고는 현행법상 집회가 가능하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회에는 이미 불특정 다수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주택가 집회를 규제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도를 넘는 주택가의 민폐 시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더 늦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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