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가운데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로텐더홀에서 이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왼쪽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 해임안 상정 및 의결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정국 대치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 해임안 통과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파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국조가 야당 단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설령 국조가 가동되더라도 증인 채택 등 조사 일정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될 수 있다. 이러다가는 청문회도 한 차례 열지 못한 채 끝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크다. 게다가 참사 이후 “폼 나게 사표”와 같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해임하기는커녕 이 장관을 감싸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여야는 지난달 말 어렵게 ‘선(先)예산안 통과, 후(後)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예산안도 처리하기 전에 여당 반발이 예상된 해임안 카드를 밀어붙였으니 ‘참사의 정쟁화’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