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천건 제보받아 수십건 올려 “中공안, 부모님 집 들이닥쳐 협박 다시는 부모 못볼수도… 중단 안해”
“이 계정은 제 목숨보다 소중합니다. 앞으로 영영 부모님을 못 뵐 수도 있지만요.”
이 계정 운영자는 중국에서 수천 km 떨어진 이탈리아에 사는 중국인 화가 리(李)모 씨(30)였다. 그는 미국 CNN에 “시위 참가자와 목격자들로부터 하루에 수천 건의 제보를 받았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원래 시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림에 담던 화가였어요. 하지만 시민의 입을 막으려는 정부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리 씨는 지난달 26일 트위터에서 “시진핑 퇴진”을 외치는 우루무치 시위대 영상을 접했다. 그는 “사람들이 흰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선 걸 보고 저 역시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하루 수십 건의 시위 관련 게시물을 올렸고, 그의 계정을 팔로하는 사람은 80만 명으로 늘어났다.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3일 중국 공안(경찰)이 중국 동부에 있는 리 씨 부모의 집에 들이닥쳤다. 중국 공안은 외국 사이트 등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중국인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리 씨 대신 그의 부모를 찾아온 것이다. 리 씨는 “공안이 부모님에게 내 트위터 게시물을 범죄 증거로 들이밀며 내가 국가와 공산당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고 들었다”고 CNN에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걱정하며 “벼랑 끝에서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했지만 리 씨는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활동으로 시위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2019년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리 씨는 “당국이 다시는 부모님을 못 만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이 계정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이미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