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Qatar2022] 모로코전 후반 교체 투입됐으나 승부 못 뒤집고 허무하게 마감 가나전 PK골로 기세 올렸지만 토너먼트 부진 징크스 못 벗고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서 ‘쓴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 휘슬이 울리자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곧 눈물을 보였다. 패배를 위로해 주기 위해 자신의 팔을 붙드는 상대 팀 선수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15년 이상 세계 축구를 호령해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의 월드컵 무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자신의 5번째 월드컵이던 카타르 대회를 8강전에서 접었다. 포르투갈은 11일 모로코와의 8강전에서 0-1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 무대 ‘라스트 댄스’에 나섰던 호날두는 간절히 원했던 우승 트로피를 품는 데 실패했다. 월드컵에 5차례 참가하는 동안 결승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호날두가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모습. 도하=AP 뉴시스
호날두는 스위스전에서도 5-1로 승부가 이미 기운 후반 29분에 교체로 투입됐었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유로)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호날두가 선발로 나서지 못한 건 2008년 유로 이후 14년 만이었는데 두 경기 연속 이어진 것이다. 그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교체 투입이었다. 경기 후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를 선발 라인업에 올리지 않았던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호날두는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이던 가나와의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 골로 5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지만 결국 결승전 무대는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월드컵 무대를 접었다. 호날두가 월드컵에 출전한 5개 대회에서 포르투갈의 최고 성적은 2006년의 3위다.
포르투갈이 8강에서 탈락한 뒤 영국 BBC는 “(호날두는) 이번 대회 첫 골을 넣은 뒤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8강전이 끝난 뒤 호날두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기사 제목을 ‘어제의 남자(Yesterday’s man)’로 달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함께 세계 축구 최고 골게터 자리를 양분해 온 호날두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됐다는 것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