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작년보다 816편 많은 6970편 응모 중편소설, SF장르 작품 늘고 詩는 재난상황 배경 쏟아져 단편소설 13편 등 97편 본심 올라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이날 심사위원들은 “문학계의 최근 흐름을 반영하듯 공상과학, 대체역사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았다”며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고 평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힘들었던 2022년의 심리가 응모작에 많이 반영됐다고 총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년 가까이 이어졌고, 다사다난한 사건이 여럿 발생한 영향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학을 등불 삼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긍정적인 작품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9개 모집 부문에 걸쳐 응모작은 총 6970편이다. 삶의 고통을 문학이 지닌 힘에 기대 극복하려는 열망이 반영됐는지 응모작은 지난해보다 816편이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중편소설 236편과 단편소설 685편, 시 5064편, 시조 529편, 희곡 75편, 동화 275편, 시나리오 48편, 문학평론 27편, 영화평론 31편이었다.
올해 9개 모집 부문에 총 6970편이 응모됐다. 심사위원들의 여러 단계 심사를 거쳐 당선자에게 개별 통보한다.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2일자 지면에서 만날 수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단편소설 부문에선 현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이 두드러졌다.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이나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 다니는 노동자 등 힘겨운 삶의 자락을 다룬 작품이 상당했다. 김성중 소설가는 “‘갓생’(God+生·훌륭한 인생)으로 성실하게 지내다가 ‘번아웃’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청년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며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많았던 올해의 사회적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 부문에서는 재난 상황이 배경인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은유적으로 다루거나, 가상의 재난을 가정해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도 있었다. 오은 시인은 “재난을 주관적 감정이 아닌 객관적 시각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를 담은 시들이 많았다”며 “현실 문제를 가상에서 다뤄 문학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노력한 실험적 작품들에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은 ‘대체역사’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졌다. 응모자들은 ‘만약 역사가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 아래 흥미로운 상상력을 펼쳐냈다. 조정준 대표는 “이 밖에도 가족의 해체나 청년의 방황을 담은 작품들도 인상적”이라며 “소재가 이색적이면서도 작품성이 탄탄한 응모작이 많아 어떤 당선작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