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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응급대응 센터’ 출범 한 달… 강제입원 23% 줄어

입력 | 2022-12-12 03:00:00

서울청-市, 정신질환자 사고 대응
전문인력 상시근무… 응급입원 담당
“경찰력 낭비-인권침해 소지 줄어”




지난달 초 늦은 시간에 서울의 한 지구대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아파트 10층 난간에 한 여성이 다리를 걸치고 있다. 빨리 출동해 달라”고 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해 보니 20대인 이 여성은 정신질환의 일종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흥분과 우울 상태가 번갈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자해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연락된 부모는 “지방에 살고 있어 당장은 서울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지구대 요청을 받은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센터) 소속 전문요원이 출동해 응급 입원 절차를 밟았다. 그 덕분에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은 1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할 수 있었다.

올 10월부터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가 운영 중인 이 센터 덕분에 응급 입원 과정에서 발생했던 인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줄었고, 지구대 등 일선 경찰들의 부담도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센터에선 경찰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을 합쳐 6, 7명이 상시 근무한다. 늦은 밤이나 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들이 현장에 출동한다. 낮 시간에 자치구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담당하는 역할을 서울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평일 낮 시간에는 병상 안내, 이송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일선에선 “센터가 문을 연 뒤 경찰력 낭비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청에 따르면 그동안은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발견해 입원시키려 할 경우 병원을 찾느라 평균 약 4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엔 입원 업무 등을 센터가 담당하면서 현장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센터 소속 요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결정하면서 응급 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도 줄었다. 센터 개소 후 1개월 동안 비자발적 강제 입원은 87건으로 9월 강제 입원(113건)보다 23%가량 줄었다.

센터는 올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응급 입원 체계를 정비할 것을 지시한 뒤 나온 첫 번째 후속 대책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의 정신질환자 대응 시간이 크게 줄면서 다른 신고에 투입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